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오후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원로목사와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오전에는 천주교의 염수정 추기경을 만났다. 종교계 원로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만 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교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신학교는 물론, 교수들, 단체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전에는 진보와 보수의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보와 보수가 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수 교계 목회자들이 나섰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와 국제제자훈련원 전 원장 김명호 목사 등 보수적인 목회자 114명이 시국선언을 했다. 특히 이찬수 목사는 대형교회 목회자이면서, 보수적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에 속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114명 중 109명이 예장합동총회 소속이다. 거의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보수적인 교단으로 꼽히는 예장합동총회 소속 목회자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국선언문에 동참한 점이 주목할만하다.
이들은 "모든 문제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국민을 위한 중대한 구국의 길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불법과 탈법과 편법을 더 이상 호도하지 말고, 어떤 의구심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기독교 대학을 표방하는 한동대학교도 시국언에 동참했다. 교수들이다. 내용은 더 강하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시 사퇴를 촉구했다.
교수들은 "헌정 파괴의 책임이 있는 현 정부와 집권세력은 사건무마와 정권연장을 위해 책략을 중지하라"며 "야당과 합의해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치를 수 있는 중립적 내각을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예장합동총회도 7일 김선규 총회장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선규 총회장은 "대통령은 국민이 준 국가 통수권으로 최순실 씨 일가와 권력 측근들의 비리를 조사해야 한다"며"우롱당한 국격과 통치수장으로서의 지도력은 진실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질 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시국선언문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부터다.
예장합동총회는 국민들에게 불건전한 사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단 사이비 종교 사상을 경계하라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에 동성애와 이슬람이 들어갔다. 이단 사이비의 범주에 동성애와 이슬람을 집어 넣은 셈이다.
예장합동총회 담화문의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이들은 사이비와 이단 종교의 폐해를 국민에게 알리고, 기독교계에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태민 씨가 목사안수를 받은 적도 없고, 신분을 세탁한 목사이기 때문에 기독교계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태민 씨와 최순실 씨 등이 지금까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기독교계의 책임도 분명 있다.
최태민 씨가 활동할 수 있도록 도운 목회자들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계에 사과하라는 이야기는 어불성설로 들릴 수 있다.
김 총회장은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역시 선지자적인 사명을 감당하지 못 한 죄를 회개해야 한다"며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기도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예장합동총회의 총회장 담화문는 앞의 시국선언문과 맥을 달리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예장합동총회마저 시국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