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영국 웰컴트러스트 생어 연구소,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벨기에 루벤대 등의 국제 공동연구진은 암 환자 5천243명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4일 자에 발표했다.
흡연은 폐암, 후두암, 구강암 등 적어도 17종의 암 발생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다. 담배를 피울 때 생기는 수십 가지의 발암물질이 몸으로 들어와, 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키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5천 명이 넘는 암 환자의 세포를 분석해 유전자들의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그 결과 흡연자인 암 환자의 경우 담배 연기가 직접 닿는 조직인 폐와 후두 등을 구성하는 세포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많았다.
돌연변이는 유전자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염기 중 '시토신'(C) 염기가 '아데닌'(A) 염기로 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돌연변이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기른 뒤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에 노출하면 잘 생기는 유형이다.
이는 담배 속의 발암물질이 유전자에 직접 손상을 입힌다는 의미다.
다른 돌연변이로는 '티민'(T) 염기가 '시토신'(C) 염기로 변한 것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 돌연변이는 담배 속 발암물질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유전체 빅데이터를 이용해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직별로, DNA(유전물질) 수준에서 정량화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유전체 기술은 앞으로 보건의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