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본인과 친박계 강경파는 무조건 버티기로 일관하는 반면, 김무성 전 대표와 비박계 잠룡(潛龍)의 측근 의원들은 늦어도 12일 예정된 민중총궐기 전 사퇴로 시한을 못 박았다.
이런 가운데 양 계파의 온건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접점을 찾아보자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무조건적인 사퇴가 목적이 아니라, ‘퇴진’이 당을 쇄신할 수 있는 로드맵 도출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를 전격 예고하면서 내용의 수위에 따라 의원총회 분위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오늘 의총 격론 불가피…“사퇴 찬반 50:50”
의총 전날인 3일 당내에선 이 대표의 거취를 놓고 첨예한 갈등이 이어졌다. 이 대표의 거취뿐 아니라, 청와대의 일방적 총리 지명도 계파 갈등의 새 불씨가 됐다.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 소속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이 대표 퇴진과 김병준 총리 지명 과정의 부적절성, 박근혜 대통령 탈당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모임 소속 오신환 의원은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존재하는 것 아니냐. 국민적 민심은 거스를 수 없다”며 “이 대표도 그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진정모의 다른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판세에 대해 “이 대표의 퇴진에 동의하는 의원이 절반, 그렇지 않은 의원이 반인 것으로 집계됐다”며 “의총 일정이 잡힌 이상 한 바탕 싸움이 불가피해졌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 대표도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는 “김무성 전 대표가 당의 큰 형님으로서 소속 의원들에게, ‘지금은 당이 벼랑 끝이고 절체절명의 상황이니 화합하자. 당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자’, 이렇게 해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면서 동시에 당내 퇴진 운동의 거점으로 김 전 대표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사퇴 촉구’ 회견을 했던 김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차례로 거명하며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꿋꿋하게 당을 지켜달라고 하는 의원과 당원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 계파싸움 탈피론(論)…‘무한 개혁’ 비대위 준비하고 사퇴시켜야
이들은 상황의 긴급함을 근거로 들고 있다. 오는 12일 예정된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열릴 때까지 국면을 전환시키지 못하면 ‘하야(下野) 정국’으로 이동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비박계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다시하며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더라도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를 접을 생각이 없다"며 "친박이 ‘당청 운명공동체’ 주장을 펴온 만큼 청와대와 공동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계파의 온건 성향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다른 비박계 의원은 “친박을 붕괴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당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퇴진이 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무한 개혁’을 위한 비대위 구성 등 대안이 선결된 뒤 사퇴시켜야 옳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여권 전체의 책임론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어떤 비판과 징벌도 정치적으로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사라지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저희들이 책임감을 계속 느끼고 필요한 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지난 2일 당내 회의에서 "주말까지 박 대통령이 다시 사과하고 검찰 수사를 자처해야 한다"고 제안한 당사자인 만큼 박 대통령의 담화 뒤 어떤 반응을 내보일지 주목된다.
범(凡)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1월 반기문 귀국까지 버틴다고 믿지 않는다”며 “등 떠밀 듯이 내보내지 말고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로드맵을 들어보고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