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인 이른바 '진정모'가 긴급 회동을 가졌다.
3선인 김세연·김영우 의원 등 비박계와 일부 친박 의원들이 참여한 진정모는 성명서를 내고 "이번 최순실 사태에 대해 집권여당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고 비장한 심정을 드러냈다.
"당 해체까지도 각오하는 마음"이라며 이정현 대표 등 현 당 지도부의 총사퇴와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 서명도 진행됐다. 비박계 황영철 의원은 "의원 50명의 서명을 받아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의총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며 "내일은 정 원내대표 개인 일정이 있어서 빠르면 2일 오후 의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정현 대표가 진정모 참여한 동료 의원 겁박" 들끓는 비박계
비박계의 '공식' 사퇴 요구에도 지도부는 "사태 수습이 먼저"라며 요지부동 입장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직이 어렵고 힘들 때 책임감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것이 지도자들이 해야 할 책무와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배의 선장"에 비유한 이 대표는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라며 "지금은 일단 난국을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비박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홍보수석을 했던 이 대표가 최순실 정국에서 여당을 책임지고 이끌어가기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진정모에 참여했던 비박 초선 A 의원은 CBS 기자와 만나 "청와대 꼭두각시 노릇을 한 당 지도부는 같이 신뢰를 잃었다"며 "여당이 어떤 이야기를 한들 국민들이 믿겠냐"고 비난했다. 그는 "거국내각 요구도 최순실 정국을 벗어나기 위한 청와대와 말 맞추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비박 중진 B 의원은 "이 대표가 홍보수석을 하고도 최순실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런 사람이 당을 수습하겠다는 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또 다른 비박계 의원은 이 대표의 현실 인식을 문제삼았다.
C 의원은 "의총소집요구서에 서명한 몇몇 의원에게 이정현 대표가 전화를 걸어 왜 참여했냐고 겁박하듯 추궁해 해당 의원이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집안이야 쓰러지든 말든 상관 없는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버티기에도 무너지는 친박 지도부…대통령 탈당 요구 목소리도 커질듯
이 대표 등 친박 지도부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지만 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하는 등 지도부 내분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대변인에 임명했던 김현아 의원은 31일 "현행 지도부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되며 저도 어려운 시기에 당 대변인직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해 부끄럽다"며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당 홍보본부장인 오신환 의원과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종석 의원도 당직에서 물러났다.
비박계의 지도부 흔들기가 심화되면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지도부 모두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특검 수사든 거국 내각이든 수습책이 나온 뒤 사퇴해도 늦지 않다"며 지도부 사퇴는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비박계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도 진정모 참석 직후 당 최고위 회의에서 "바깥의 많은 여론은 저희에게 당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 당도 하루빨리 국민에게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 요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 요구도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비박계 재선 의원은 "대통령 탈당은 상징적인 의미이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게 아닌 만큼 부차적 문제"라면서도 "탈당에 대한 논의가 일부 있었고, 당 지도부 사퇴 과정에서 언제든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