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는 대화모색하는데…韓은 '초강경'만 고집

전문가들 "강경 대응 하더라도 대화국면 대비책 필요"

북한의 핵심 당국자들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비공식 민간채널을 통해 핵·미사일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대화 채널 없이 연일 북에 대한 강경 대응만 쏟아내던 우리 외교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北美대화, 완전한 관계 단절 아닌 '탐색전'…대화 국면으로 전환 가능성도?

이번 말레이시아에서의 북미 대화는 비공식 민간 차원의 회동이다.

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인해 분위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북한과 미국의 핵심 관련자들이 만난 것이어서 결코 가볍게만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에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5명이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과장, 토니 남궁 전 캘리포니아대 UC버클리 한국학 연구소 부소장 등 4명이 이번 회동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경우 현직이 아닌 전직 관료와 학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갈루치의 경우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고, 디트라니는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미국의 대북협상 특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북핵 관련 중요한 양대 합의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인물들이 이번 회동에 나란히 참가한 것이다.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도 북핵 문제 등 군사 외교 문제를 두고 미국 민간 인사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인물들이다.

(사진=노동신문)
일각에서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전배치를 위해 시간이 필요한 북한과 대선 기간 중 북한문제가 변수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미국이 서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정부 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 단계이거나,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단계일 수도 있다.

연세대 최종건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분위기나 상황이 나쁘더라도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의 큰 줄기가 '강경' 입장이니만큼 임기 말 오바마 행정부나 차기 행정부에서 갑작스러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이후를 위한 '탐색전' 형태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정부 "민간 대화일 뿐"…전문가들 "대화 국면 전환하면 우리 정부 소외 우려도"

문제는 만일 북한과 미국이 공식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거나 계속 '물밑' 대화를 이어갈 경우, 우리 외교가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일관된 강경대응을 펼쳐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훨씬 강력한 대북 독자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일 외교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새로운 대북제재결의안 채택도 주도해왔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대량 탈북에 대한 대비책 마련과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제공 등을 관계부처에 지시하는 등, 수차례 탈북을 전제하는 발언으로 '탈북 권유 발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북한 역시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연일 비난 발언을 쏟아내는 등,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태다.

외교부는 이번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민간차원의 교류"이며 "민간차원의 대화에 (북한의) 현직 당국자들을 파견한 것은 국제사회의 전례없는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인한 외교적 고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경대응을 펼치더라도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이 다양한 외교 채널을 활용해 국면전환을 시도할 경우, 우리 정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는만큼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 비핵화를 지금부터 진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춰 출구를 찾고 협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종건 교수는 "미국은 민간 채널을 통해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실증조사가 가능하다. 외교는 A아니면 B로 딱 나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협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그는 "제재 국면에서 적십자 회담이나 인도적 지원까지 하지 않았던 우리 정부와는 달리, 미국은 과거에도 강력한 제재 압박 속에서도 민간 차원의 숨통은 어느 정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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