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禹처가 땅’ 시행사 자금출처도 의문…검찰은 겉핥기 수사

‘자본금 50억’ 회사가 담보대출없이 1500억원대 땅 매입…회사 대표는 연락안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가 소유했던 서울 강남(역삼동) 땅을 최종 매입한 시행사의 자금출처가 불투명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애초 넥슨 측이 1300억원 가까이를 일본 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아 매입한 땅에 한 필지를 추가해 1500억원대에 사들인 시행사는 담보대출을 받지 않았다. 자본금 50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담보대출 없이 어떻게 이 땅을 사들일수 있었는지가 우 수석 처가 땅 매매 의혹과 관련해 중요한 단서로 떠올랐다.

18일 CBS노컷뉴스가 취재한 결과, 우 수석 처가 땅을 오피스텔로 개발한 시행사 ‘리얼케이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담보 대출없이 토지를 매입했다. 이 회사는 자본금이 50억원에 불과해 담보대출없이는 사실상 땅 매입이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재무구조가 훨씬 탄탄한 넥슨 측도 우 처가 쪽의 4필지 땅을 사면서 담보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통상 거액의 땅을 매입할 때 담보대출을 받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자금 출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사업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단순히 입찰에 참여한 것이어서 자금을 빌려주거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넥슨 측은 1326억원에 우 수석 처가로부터 땅을 매입했고, 여기에 인접한 한 필지를 추가로 사들였다. 리얼케이프로젝트는 자본금의 30배에 달하는 1505억원 짜리 땅을 매입했는데, 자금 출처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인 김모 씨는 “해외에 있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은 후 다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CBS노컷뉴스는 답변을 듣기 위해 회사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자금 담당 직원이 휴가 중”이거나“ 출장 중”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리얼케이프로젝트가 땅 매입 비용을 조달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지만, 공사비용을 대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점은 확인됐다.

회사는 2012년 4개 시중은행 등으로부터 1524억원의 PF대출을 받으면서 강남 땅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 대우건설이 지급보증을 하고 3개 증권사로부터 대출 확약서(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실상 대출을 떠안겠다고 약속한 증서)도 담보에 포함됐다.

이런 사실 역시 리얼케이프로젝트가 땅을 매입할 때는 시중은행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금을 끌어왔을 개연성을 방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넥슨 측이 돈을 제대로 받고 땅을 넘겼는지도 의문이다.

넥슨 측이 땅 값을 받지 않았거나, ‘개발 후 정산’ 방식으로 땅을 팔았다면 넥슨의 기존 해명은 무너지게 된다. 해외 IT관련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신사옥을 포기했다는 설명과는 배치되기 때문이다.

리얼케이프로젝트에 초기자금을 투입한 서민 전 넥슨코리아 대표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넥슨 측은 “통장 입금을 통해 땅값을 지불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시행사 대표인 김씨를 지난달 중순쯤 소환 조사했지만 땅 구입 자금의 출처에 대해선 캐묻지 않았다. 더군다나 대대적으로 특별수사팀까지 꾸려놓고 땅을 둘러싼 자금 흐름도 쫓지 않는 등 ‘수박 겉핥기식’ 수사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 개발 이익은 많게는 1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갔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넥슨이 신사옥을 짓겠다며 땅을 사들인 후 9개월만에 되팔기 전까지 부동산 개발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넥슨이 우 수석 처가와 시행사 간의 '징검다리' 역할만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하지만 특수팀 관계자는 “그런 문제는 본류에서 벗어난 것이고 수사를 하게 되면 너무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수사가 진행된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에 대해 저인망식으로 조사한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인지수사를 벌일수 있는 특수팀이 범위를 너무 편협하게 정해놓거나 결과를 예단해 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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