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에 무슨 일이…결의안 결정 시기·쪽지내용 두고 '논란'

與 "쪽지 내용, 北에 의견 물은 것…'내통'" 색깔론 공세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권 결정과정을 담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둘러싸고 여야가 연일 격돌하고 있다.

그 해 11월 15일부터 20일까지 열렸던 대통령 주재 비공식회의나 안보정책조정회의 등에 대한 당사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관련 사실들을 둘러싸고 조금씩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11월 15일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북 인권결의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논의됐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권을 주장했지만 송민순 당시 외교장관은 찬성을 주장했다.

다음날인 11월 16일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송민순 외교부 장관,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철 안보실장, 그리고 문재인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식 회의가 열렸다.

노 전 대통령은 이 회의가 끝난 뒤 기권 쪽으로 정리했다. 이 지점에서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날) 결론을 낼 수 없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해당 부분이 논란이 되자 "이미 기권 결정이 내려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회의에 배석했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통령께서 '송 장관의 말이 맞지만 이번에는 기권으로 갑시다'라고 말했다"면서 기권결정이 내려졌던 것이라고 뒷받침했다.

송민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사진=이한형 기자)
회고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송 전 장관은 '마지막 호소문'을 쓸 정도로 노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다른 참석자들이 이미 결정난 것으로 보고 재론 여지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틀 뒤인 18일 회의에 대한 증언으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이날 청와대 서별관 회의 기록은 비공식 회의라 남아있지 않지만 다른 참석자들이 '왜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삼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는 회고록 내용으로 미뤄볼 때, 이미 다른 참석자들은 16일 회의에서 기권 결정이 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송 전 장관은 이날 회의를 결의안 표결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가장 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11월 20일 북한으로부터 받았다는 '쪽지'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는, 11월 20일 대통령 숙소에 갔더니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북측으로부터 받은 반응이라며 '쪽지'를 들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본 뒤 그냥 기권으로 하자고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 실은 쪽지의 내용은, '역사적 북남 수뇌회담을 한 후에 반(反)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북남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를 초래할 테니 인권결의 표결에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할 것이다'였다.

남측이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의견을 묻자 북한이 답변한 것이란 주장이다.

이를 두고 여당은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의 '북한 내통설' 등을 꺼내들며 본격적으로 색깔 논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북한의 답변이 틀림없다"면서 "쪽지에 협박성 답변이 적혀있으니 기권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은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 전 실장은 연이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이 안보실로 대북정보를 보내오는데 당시는 순방 중이었으니 대통령 수행 비서진에게 팩스로 보낸 걸 나에게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측이 결의안에 기권한다는 입장을 알리자 북한이 몇년 전부터 주장해온 자신들의 입장을 되풀이해 밝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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