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세에…바흐 무반주 전곡 녹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 정경화> 안녕하세요.
◇ 김현정> 너무 아름다운 이 계절에 앨범을 내셨는데 그게 15년 만이에요.
◆ 정경화> 그렇게 세월이 지나갔네요.
◇ 김현정> 기분이 어떠세요. 15년 만에 앨범을 손에 탁 든 기분이?
◆ 정경화> 실감이 안 나요.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싶어요. (웃음)
◇ 김현정> 우리가 그 앞에 잠깐 들었습니다마는 그 연주가 이번 앨범에 담긴 연주예요?
◆ 정경화> 그래요. 바흐 샤콘느.
◇ 김현정> 어떤 앨범을 내린 거에요. 소개를 좀 직접 해주세요.
◆ 정경화> 바흐가 1720년도 그때 바이올린으로 무반주를 6곡을 작곡했어요. 그러니까 3곡은 소나타고 3곡은 파르티타인데요. 파르티타는 고전 춤곡이고 그리고 소나타도 3개가 있는데 2악장이 푸가예요. 푸가인데 이건 이게 제일 소화하기가 힘듭니다.
◇ 김현정> 제가 음악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듣기로는 이 곡이 바이올리니스트한테는 등산으로 치자면 에베레스트산 등정하는 것과 같다던데요?
◆ 정경화> 에베레스트가 아니죠.
◇ 김현정> 아니에요? 어디입니까, 그러면?
◆ 정경화> 아주 우주까지 솟아있는. (웃음)
◇ 김현정> (웃음) 에베레스트 정도가 아니에요?
◆ 정경화> 에베레스트는 못 올라가봤지만, 에베레스트 올라가서도 완전히 무한한 하늘을 쳐다보는 그런 작품입니다. 특히 샤콘느는.
◆ 정경화> 저도 놀랐습니다. (웃음) 그런데요. 이걸 할 때 한 가지 딱 생각 한 게 있는데.
◇ 김현정> 뭔가요?
◆ 정경화> 이거를 너무너무 하고 싶은데 이거를 하려면 어떤 힘이 있어야 되겠냐 생각하니까. '삼손'있잖아요. 삼손, 데릴라가 머리카락을 잘랐잖아요. 삼손 머리카락에 그렇게 힘이 있었는데요.
◇ 김현정> 우리가 삼손이라고 한국말로. 삼손.
◆ 정경화> 그래서 결국은…. 그 전엔 그렇게 힘이 있었는데, 머리카락을 잘리고 장님이 돼서도 있는 힘을 다해서 기둥을 밀어냈거든요. 그걸 생각하니까 너무 실감이 나는 거예요.
◇ 김현정> 머리카락 잘린 삼손이 된 기분같이, 그런 기분이셨어요?
◆ 정경화> 제 나름대로 음악의 힘이라는 게 항상 이끌어줘요. 그러니까 항상 그거 할 때마다 그 자체가 기적이에요.
◇ 김현정> 지금 머리 잘린 삼손이 혼신의 힘을 다하던 것을 떠올렸다 하셨는데 정말 그랬던 것이 진통제를 먹어가면서 녹음하셨다면서요?
◆ 정경화> 아무래도 반복을 해야 되니까요. 그래서 손에 무리가 가서 진통제를 먹고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했어요.
◇ 김현정> 세상에…. 그런데 그걸 5개월간 진통제를 먹어가면서 녹음을 끝까지 하신 거예요?
◆ 정경화> 오순이 지나서 육순이 되어 가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뭐를 한 가지 다시 생각하자면 '한 게 안 한 것보다 낫다.' 어렸을 때는 너무 완벽주의자고 너무 괴로워했어요. 그리고 돌아보니까 그때 거절한 게 너무 많은 거에요, 그 상황에서.
◇ 김현정> 내가 완벽하지 않아서 내 만족이 안 돼서 거절했던 것들이 막 떠오르셨어요?
◆ 정경화> 아니, 겁이 나서 못할까봐, 그렇게 못 할까 봐…. 겁이 나서 미리, 3년 후에 연주한 것도 지금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해서 자신이 안 들면 딱 잘라버렸어요. 그랬기 때문에 지금은 반대로 이건 못할 프로젝트인데 그런데 그래도 해 봐야 되겠다, 안 하면 너무 후회를 할 것 같은 거에요. 결국은 제 나름대로 이걸 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합니다.
◆ 정경화> 1만 배는 낫습니다.
◇ 김현정> 1만 배는 낫습니까?
◆ 정경화> 1만 배는 나아요.
◇ 김현정> 진통제를 드셔가면서 녹음한 이 대작 음반. 그 가슴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심장이 담겨 있기 때문에 더 울림이 아닌가, 20대, 30대 그 어느 때보다도 저는 가장 빛나는 음반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나저나 정경화 하면 또 하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 서 온 음악인이시지 않습니까? 대중가요는 사실은 스마트폰 음원으로도 들으니까 길 걸어가면서도 듣고 버스에서도 듣고 아무 때나 즐기는데 왠지 클래식은 여전히 좀 음향장비 잘 갖춰진 곳에서 정자세하고 들어야 될 것 같은 그런 부담이 아직은 있거든요? (웃음)
◆ 정경화> 아니, 그렇지 않다고 봐요. 저는 음악을 (제 스마트폰으로) 한도 끝도 없이 듣습니다.
◇ 김현정> 정경화 씨도 스마트폰으로 클래식을 들으세요?
◆ 정경화> 아침에 일어나면 딱 틀고, 뭐 화장실에 갈 때 들고 가고. 그 틈틈 사이를 다 매꾸는데요. 또 요즘에는 유튜브에 안 나오는 작품이 없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대중화에 앞장서온 정경화 씨의 얘기입니다. 음향장비 탓하지 마시고요. 또 화장실에서도 들으시면 됩니다. (웃음) 정경화 씨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11월에 공연하세요?
◆ 정경화> 네. 11월 19일날. 예술의 전당에서요.
◇ 김현정> 기술이 아닌 가슴으로 영혼으로 연주하는 무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선생님.
◆ 정경화> 고맙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 연주 여행 또 가시는 길이잖아요. 여행 잘 다녀오시고요.
◆ 정경화>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좋은 계절에 만났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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