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씨도 스마트폰으로 클래식 들으세요?"

"진통제 먹어가며 녹음한 앨범, 난 삼손이었다"

- 바이올린 거장, 15년만에 새앨범
- 68세에…바흐 무반주 전곡 녹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합니다. 어떠세요? 멜로디가 구슬프면서도 연주자의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것을 느끼실 거에요. 그런데 이 연주가 한때 손가락 부상을 입었었던 바이올스트의 연주라면 믿어지십니까? 바로 바이올린계의 전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가 15년 만에 발표한 음반에 실린 곡입니다. 벌써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야말로 깊이가 담긴 음반을 내놓아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 이 가을에 만나보죠. 정경화 선생님 안녕하세요?

◆ 정경화> 안녕하세요.

◇ 김현정> 너무 아름다운 이 계절에 앨범을 내셨는데 그게 15년 만이에요.

◆ 정경화> 그렇게 세월이 지나갔네요.

◇ 김현정> 기분이 어떠세요. 15년 만에 앨범을 손에 탁 든 기분이?

◆ 정경화> 실감이 안 나요.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싶어요. (웃음)

◇ 김현정> 우리가 그 앞에 잠깐 들었습니다마는 그 연주가 이번 앨범에 담긴 연주예요?

◆ 정경화> 그래요. 바흐 샤콘느.

◇ 김현정> 어떤 앨범을 내린 거에요. 소개를 좀 직접 해주세요.

◆ 정경화> 바흐가 1720년도 그때 바이올린으로 무반주를 6곡을 작곡했어요. 그러니까 3곡은 소나타고 3곡은 파르티타인데요. 파르티타는 고전 춤곡이고 그리고 소나타도 3개가 있는데 2악장이 푸가예요. 푸가인데 이건 이게 제일 소화하기가 힘듭니다.

◇ 김현정> 제가 음악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듣기로는 이 곡이 바이올리니스트한테는 등산으로 치자면 에베레스트산 등정하는 것과 같다던데요?

◆ 정경화> 에베레스트가 아니죠.

◇ 김현정> 아니에요? 어디입니까, 그러면?

◆ 정경화> 아주 우주까지 솟아있는. (웃음)

◇ 김현정> (웃음) 에베레스트 정도가 아니에요?

◆ 정경화> 에베레스트는 못 올라가봤지만, 에베레스트 올라가서도 완전히 무한한 하늘을 쳐다보는 그런 작품입니다. 특히 샤콘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진=콘서트 포스터)
◇ 김현정> 그 정도로, 일생일대에 한 번 연주를 할까 말까 한 작품인데 그러니까 이게 20대 때 에너지가 충만할 때도 참 쉽지 않은 일이였다고 하신걸 봤는데, 이제 칠순이 다 되셨다고요. 칠순이 다 되시고 심지어 10년 전에 손가락 부상 당하셨다가 그 고생하시고 좋아지신 상태에서 도전하셨다는 게 솔직히 좀 놀라웠어요.

◆ 정경화> 저도 놀랐습니다. (웃음) 그런데요. 이걸 할 때 한 가지 딱 생각 한 게 있는데.

◇ 김현정> 뭔가요?

◆ 정경화> 이거를 너무너무 하고 싶은데 이거를 하려면 어떤 힘이 있어야 되겠냐 생각하니까. '삼손'있잖아요. 삼손, 데릴라가 머리카락을 잘랐잖아요. 삼손 머리카락에 그렇게 힘이 있었는데요.

◇ 김현정> 우리가 삼손이라고 한국말로. 삼손.

◆ 정경화> 그래서 결국은…. 그 전엔 그렇게 힘이 있었는데, 머리카락을 잘리고 장님이 돼서도 있는 힘을 다해서 기둥을 밀어냈거든요. 그걸 생각하니까 너무 실감이 나는 거예요.

◇ 김현정> 머리카락 잘린 삼손이 된 기분같이, 그런 기분이셨어요?

◆ 정경화> 제 나름대로 음악의 힘이라는 게 항상 이끌어줘요. 그러니까 항상 그거 할 때마다 그 자체가 기적이에요.

◇ 김현정> 지금 머리 잘린 삼손이 혼신의 힘을 다하던 것을 떠올렸다 하셨는데 정말 그랬던 것이 진통제를 먹어가면서 녹음하셨다면서요?

◆ 정경화> 아무래도 반복을 해야 되니까요. 그래서 손에 무리가 가서 진통제를 먹고 집중을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했어요.

◇ 김현정> 세상에…. 그런데 그걸 5개월간 진통제를 먹어가면서 녹음을 끝까지 하신 거예요?


◆ 정경화> 오순이 지나서 육순이 되어 가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뭐를 한 가지 다시 생각하자면 '한 게 안 한 것보다 낫다.' 어렸을 때는 너무 완벽주의자고 너무 괴로워했어요. 그리고 돌아보니까 그때 거절한 게 너무 많은 거에요, 그 상황에서.

◇ 김현정> 내가 완벽하지 않아서 내 만족이 안 돼서 거절했던 것들이 막 떠오르셨어요?

◆ 정경화> 아니, 겁이 나서 못할까봐, 그렇게 못 할까 봐…. 겁이 나서 미리, 3년 후에 연주한 것도 지금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생각해서 자신이 안 들면 딱 잘라버렸어요. 그랬기 때문에 지금은 반대로 이건 못할 프로젝트인데 그런데 그래도 해 봐야 되겠다, 안 하면 너무 후회를 할 것 같은 거에요. 결국은 제 나름대로 이걸 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사진=콘서트 포스터)
◇ 김현정> 그 말씀이 참 울림이 있네요. 그러니까 '하고 후회하는 게 아예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이제 나이가 들어 생각하니.'

◆ 정경화> 1만 배는 낫습니다.

◇ 김현정> 1만 배는 낫습니까?

◆ 정경화> 1만 배는 나아요.

◇ 김현정> 진통제를 드셔가면서 녹음한 이 대작 음반. 그 가슴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심장이 담겨 있기 때문에 더 울림이 아닌가, 20대, 30대 그 어느 때보다도 저는 가장 빛나는 음반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나저나 정경화 하면 또 하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 서 온 음악인이시지 않습니까? 대중가요는 사실은 스마트폰 음원으로도 들으니까 길 걸어가면서도 듣고 버스에서도 듣고 아무 때나 즐기는데 왠지 클래식은 여전히 좀 음향장비 잘 갖춰진 곳에서 정자세하고 들어야 될 것 같은 그런 부담이 아직은 있거든요? (웃음)

◆ 정경화> 아니, 그렇지 않다고 봐요. 저는 음악을 (제 스마트폰으로) 한도 끝도 없이 듣습니다.

◇ 김현정> 정경화 씨도 스마트폰으로 클래식을 들으세요?

◆ 정경화> 아침에 일어나면 딱 틀고, 뭐 화장실에 갈 때 들고 가고. 그 틈틈 사이를 다 매꾸는데요. 또 요즘에는 유튜브에 안 나오는 작품이 없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대중화에 앞장서온 정경화 씨의 얘기입니다. 음향장비 탓하지 마시고요. 또 화장실에서도 들으시면 됩니다. (웃음) 정경화 씨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11월에 공연하세요?

◆ 정경화> 네. 11월 19일날. 예술의 전당에서요.

◇ 김현정> 기술이 아닌 가슴으로 영혼으로 연주하는 무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선생님.

◆ 정경화> 고맙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 연주 여행 또 가시는 길이잖아요. 여행 잘 다녀오시고요.

◆ 정경화>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좋은 계절에 만났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