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쟁탈전'의 포문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열었다. 문 전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정책지원을 담당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을 이달 안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히며 참여 전문가들의 면면일 일부 공개했는데 주류 경제학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냈고 현 정부에서도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맡은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소장을 맡았고, 진보진영과는 거리를 둬온 주류 경제학자로 꼽히는 김현철 서울대 교수와 이무원 연세대 교수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와 함께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둬온 것으로 평가되는 이제민 연세대 명예교수와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도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던 양봉민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도 자문위원에 포함됐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이 "싱크탱크의 핵심 콘셉트는 '경제 중심, 중도 확장'"라며 "진보 경제학자들과 주류 경제학자들이 함께 모여서 '대한민국 경제의 근본 해법과 비전'을 찾아나가는 싱크탱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安, 싱크탱크 정비와 인재영입에 박차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잠룡들도 싱크탱크 정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통적으로 싱크탱크 내 분과를 나눠 정책이슈를 발굴하는 작업과 기존 자문그룹과 다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 작업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일단 사단법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2기 출범을 통해 기존 싱크탱크를 재정비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자문그룹을 '경제·산업', '외교·통일', '교육' 등 7개 분과로 나눠 안 전 대표 학습모임과 분과별 정책과제 발굴에도 착수했다. 이와 함께 지역별 거점조직을 중심으로 지역별 전문가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당 공식 정책조직인 정책위원회와 정책연구원과 정책을 긴밀하게 소통함은 물론이다.
안 전 대표 측은 "기존 자문그룹 외에도 다양한 진영의 전문가들이 조언그룹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우리는 우리 일정대로 가는 것이지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 참여 전문가들을 공개한다고 해서 우리도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교육부 폐지 등 최근 안 전 대표가 제시한 정책들이 이런 전문가들 고민의 산물인데 적절한 시점에 참여 전문가들을 공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기존 자문그룹이었던 '혁신자치포럼'을 확대 개편한 '희망새물결'을 최근 창립하고, 싱크탱크 내 정책분과를 나눠 정책과제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희망새물결 안에 17개 정책분야를 나누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정리하고 있다"며 "희망새물결 소속 전문가들이 속해있는 분야에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부겸 의원은 조언그룹을 분과별로 재편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김 의원 측은 "지난 선거때 김 의원에 대한 공개지지 입장이 밝힌 전문가들이 1300여명이고 이들 중 김 의원이 대통령이 돼야한다며 구체적으로 정책적 조언을 하는 조언그룹은 50여명 정도"라며 "이들을 중심으로 공부모임은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조언그룹을 경제·산업, 외교·통일 등으로 나누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안희정 지사는 기존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외에 별도 외곽조직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이 특정 정치인만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 측 정재호 의원은 "안 지사가 6년 동안 도정을 하면서 자문을 받은 교수들이 전국에 수없이 많다. (경선 참여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이들을 조직화하거나 (싱크탱크인) 연구소를 확대 개편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다만 형식적 합법성을 기하기 위해서 포럼 발족 등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