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그물…그것은 이데올로기"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기덕 (영화 감독, <그물> 개봉)

한국영화계의 문제적 감독, 충무로의 이단아, 괴짜 이런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감독이 한 명 있죠. 바로 김기덕 감독입니다. 다음 주에 22번째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북한 어부를 다룬 영화 ‘그물’인데요. 배우 류승범 씨가 주연을 맡아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나온 김기덕 감독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김기덕 감독님 안녕하세요?

◆ 김기덕>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영화 ‘그물’이란 영화로 돌아오셨어요. 제목만 들어가지고는 감이 전혀 안 잡히는데 어떤 영화입니까?

◆ 김기덕> 제가 남북 문제 항상 관심이 많았고요. 그런 측면에서 말 그대로 ‘그물’ 하면 고기가 떠오르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김기덕> 어쩌면 ‘국가가 그물이고 개인은 물고기다.’라는 그런 관계로 한번 이야기를 해 보자해서요. 간단한 줄거리는 북한 어부가 배 고장으로 불가피하게 남한으로 오게 되고요.

◇ 김현정> 그야말로 흘러들어온 거예요.

◆ 김기덕> 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오고. 어쨌든 남한에 왔으니까 조사를 받아야 하고 그 조사과정이 만만치 않은 걸 보여주고요. 그런 과정에서 남북의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을 한번 돌이켜보는 그런 영화입니다.

◇ 김현정> 그 남자주인공 그러니까 북한에서 배가 고장나서 남으로 흘러흘러 들어온 그 남자주인공, 바로 북한 어부가 류승범 씨인 거예요?

◆ 김기덕> 네.

◇ 김현정> 사실 류승범 씨 하면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패셔니스타 그리고 이른바 제작 규모가 큰 상업영화에 주로 나왔던 대중스타이기 때문에 김기덕 감독님의 결과는 약간 다른 느낌도 사실 들거든요?

◆ 김기덕> 네. 베니스영화제에서도 같이 계속 행사에 참석했는데요. 외신기자들 포토콜에서 많은 사진기자들이 ‘조니.’ 여기 봐 ‘조니’

◇ 김현정> 조니 뎁 같다고요?

◆ 김기덕> 조니 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실제 있고, 비유해서 ‘조니, 조니, 여기 좀 봐줘.’ 이렇게 사진 찍는 것도 봤고요. 근데 제가 (영화에서) 좀 망쳐놨죠. (웃음)

영화 '그물' 배우 이원근, 김기덕 감독, 배우 류승범 (사진=NEW 제공)
◇ 김현정> 그렇게 정말 스타일리시한 가장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배우인데 어떻게 북한 어부 역을 생각하면서 류승범 씨를 떠올리셨어요?

◆ 김기덕> 물론 외피적으로는 세련되게 옷을 입어서 그렇지만 또 배우는 항상 분장하면 완전히 달라지지 않습니까?

◇ 김현정> 맞아요.

◆ 김기덕> 제가 상상할 때 마음으로 한번 분장해 봤더니, 충분히 북한 어부도 가능하겠다, 이미지가. 그래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만들어봤더니 정말 딱 떨어지던가요?

◆ 김기덕> 네. 본인도 많이, 출연 전에 며칠 동안 머리도 안 감고 정말 부랑자처럼 있고요. 영화 캐릭터가 눈을 감고 있는 장면이 많아요. 남한의 풍경을 보는 것도 죄가 된다, 북에 가면, 그래서 눈을 감고 있는 장면이 많은데 하루 이틀 그렇게 살아봤다 그러더라고요. 그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는 모습도 좋았고요. 어쨌든 정말 찍기 직전에는 정말 북한 어부처럼 보였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김기덕 감독 하면 이미지가 좀 거칠고 잔혹한 영화도 많고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거 아시죠, 감독님?

◆ 김기덕> 그런데 만나서 한 시간만 얘기하면 완전 반대라고 다들 얘기합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영화의 그 이미지하고는 정반대다?

◆ 김기덕> 네. 한 시간 안에 아마 그렇게 생각이 바뀐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영화만 보면 좀 마초적인 면이 있는 분 아니냐, 이런 얘기들, 페미니스트들이 비판도 많이 했거든요?

◆ 김기덕> 마초가 세상에 있는 거지, 제가 마초는 아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아, 그 말씀은 마초가 있기 때문에 그 마초를 영화 속에 담기는 했어도...

◆ 김기덕> 그렇죠. 영화는 캐릭터니까 그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그 감독하고 일원화하면... 이창동 감독이 그런 영화 만들면 이창동 감독도 마초가 되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 시선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마초 아니시군요, 한마디로?

◆ 김기덕> 보편적으로 그렇게 알려지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웃음) 김기덕 감독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영화 ‘그물’ 얘기로 잠깐 다시 돌아와 보죠. 배가 고장나서 남한으로 흘러흘러 들어온 북한 어부 얘기인데요. 전에 제작하고 각본하셨던 영화 중에 ‘풍산개’라는 영화도 있고 또 붉은 가족도 있고 거기서도 남북 이야기를 다루셨잖아요?

◆ 김기덕> 저의 아버님이 6.25전쟁 세대고요. 또 아버님이 6.25 때 총알을 실제로 4발 정도를 몸에 맞고 그 후유증으로 상이용사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다 돌아가셨어요. 지금 남북 문제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여러 가지 계속 그런 서로 어떤 시비를 걸고 비난을 하는 문제들이 계속 더 늘어나고 있잖아요. 이러다 보니까 해결 방향을 못 찾고 있는 데다가 우리 스스로가 서서히 뭔가 혼란에 더 빠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이데올로기라는 그물에 갇힌 개인을 규정하는 그 모습이 과거 군사정권 때하고 현재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보시는 걸까요?

◆ 김기덕> 저는 다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더 극단적으로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 그물 포스터
◇ 김현정> 더 극단적이라고 보시는 건 왜 그렇습니까?

◆ 김기덕> 왜냐하면 그때는 전쟁을 해도 재래식 무기니까 대량살상은 안 되지만 지금은 더 어떤 무기체계도 그렇고, 그렇죠? 여러 가지들이 감정이 상해서 우발적인 어떤 사건 하나만 나도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졌고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지금은 우리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국제관계도 복잡해져 있는 상태고 우리가 안전해야 예술도 하는 거잖아요, 그러죠?

◇ 김현정> 물론이죠. 그런데 지금 말씀 쭉 듣다 보니까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는 철학이 있어요. 그러니까 확실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영화를 따지자면 그리 많이 떠오르지만 않는단 말입니다. 상업영화에 대한 욕심은 없으세요? 대중들이 많이 보고 정말 극장에 1000만이 꽉꽉 들어차는 그런 영화도 요즘 많이 나오는데요.

◆ 김기덕> 다행히도 그거는 제 동료들이 만들고 있어서요. 제가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잘 서로 나눠서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웃음) 아예 관심이 없으세요?

◆ 김기덕> 저는 한국 1000만보다는 세계에서 1억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 김현정> 와, 되게 멋있는 말씀이신데요. ‘세계에서 1억이 보는 영화’

◆ 김기덕> 그 영화를 만들 겁니다.

◇ 김현정> 상영관은 많이 확보가 됐나 모르겠어요. 사실 상영관이 많이 확보가 돼야 대중들도 보러갈 수 있는데, 자유롭게.

◆ 김기덕> 그렇죠. 그런데 저의 영화가 워낙 어렵게 찍은 영화고 또 예산도 있고 해서 홍보비에 비례해서 항상 극장이 잡히니까 그런 기대를... 이 작은 영화로 하기는 좀 미안하고요. 어쨌든 영화관이 작게 잡더라도 관객들이 그 극장을 채워주면 극장은 늘어나거든요.

◇ 김현정> 물론이죠.

◆ 김기덕> 또 이번에 15세 관람가니까 미래의 한반도의 주인들이 이 영화를 봐주면 극장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영화 ‘그물’. 다음 주 개봉하면 저도 가서 보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기덕>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영화 ‘그물’로 돌아온 감독입니다. 김기덕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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