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1 라운드' 승리...'백악관'까지는 아직 먼길

26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를 거뒀다. 시청자와 언론 모두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CNN은 토론 직후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클린턴이 잘했다고 응답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잘했다는 의견은 27%에 그쳤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정치권 인사 10명중 8명은 클린턴의 승리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은 준비가 잘 돼 있었다"며 "클린턴이 트럼프 보다 훨씬 나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는 침착하고 준비가 잘 된 상대방과 씨름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물론 클린턴이 완벽했다는 것은 아니다. 너무 준비가 잘 된 나머지 다소 기계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인종 문제와 관련한 클린턴의 답변은 가슴보다는 머리에서 나온 모범답안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토론 무대를 장악하며 수시로 트럼프를 괴롭히는데 성공했다. 특히 트럼프의 약점인 세금 문제 추궁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납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부자가 아니거나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중산층 붕괴도 결국 "트럼프가 소득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몰아부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트럼프의 과거 주장을 '인종차별적 거짓말'로 규정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본인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실수였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일단락을 넘겼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의 약점을 제대로 짚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클린턴이 던지는 미끼에 걸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클린턴이 모든 사람들이 고통받던 금융위기 때 트럼프는 이익을 봤고 임금을 체불한 경우가 있다고 공격하자 트럼프는 "그게 사업"이라고 했고 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주장에는 자신이 "똑똑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역효과를 가져왔다.

트럼프는 또 자신은 승리하는 기질이 있다고 주장하다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성격과 기질 논란을 다시 상기시키는 우를 범했다.

결국 철저히 준비한 클린턴이 자신의 쇼맨쉽을 믿고 토론 준비에 소홀했던 트럼프에 대해 판정승을 거두면서 TV 토론 1라운드는 마무리됐다. 이에따라 30%에 달하는 부동층의 향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9.11 추모식 도중 휘청이는 모습을 보인 뒤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격차를 벌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클린턴으로서는 여전히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TV토론이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국 언론들은 TV토론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인 것은 사실이지만 TV토론이 대선 레이스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2000년 단 1차례였다고 보도했다.

또 앞으로 2차례의 토론이 더 남아 있고 11월 8일 대선까지 어떤 돌발 변수가 발생할지 예단할 수도 없다. 트럼프는 토론을 마치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정 등을 언급하며 다음 토론에서는 더 강력하게 클린턴을 공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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