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현금지급에 위안부 피해자 반발·진통 예상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생존자는 1억원 규모, 사망자에게는 2000만원 규모의 현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한일 합의와 후속 협의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생존자에게는 1억원 규모, 사망자에게는 2000만원 규모의 현금지급을 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전날 각의를 통해 확정한 출연금 10억엔(약 112억원)을 받아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이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의 출연금이 피해자에 대한 의료 복지 서비스에 사용될 것이라는 예측에 비춰볼 때 피해자들에 대한 현금 지급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고 현금의 의미를 설명했다.

당초 일본 언론 등을 통해 일본 정부의 출연금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등에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던 점에 비춰 보면 개별 피해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큰 진전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26일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 정부의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복동 할머니는 지난 17일 수요집회에서 “일본이 위로금 형식으로 주는 돈을 받기로 합의한 것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팔아 넘긴 것 밖에 안된다”고 한일 정부를 성토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위로금 형식으로 쥐어주는 돈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12·28 합의에서 일본은 출연금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한다”고 명시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배상금이 아니라 위로금 또는 치유금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10억엔이 예비비에서 나오고 명목이 ‘국제기관 등 거출금’이라는 점 역시 이 돈이 배상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위안부 배상 문제가 종결되지 않았다는) 우리 입장은 변함이 없고, 일본 입장도 변함이 없다”며 “현실적 한계에서 고령의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 만족은 아니지만 정부간 합의로는 과거 어떤 프레임보다 의미가 있다”며 “일본 정부가 출연한 돈의 상징적인 의미를 봐 달라"는 주문인 것이다.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이 개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고 남은 돈으로는 재단의 목적에 비춰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출연하는 돈의 80% 정도는 피해자들에게 개별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20%를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상징적인 사업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금액으로 보면 회해치유재단이 20억원 안팎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사업을 벌인다는 것인데 이 정도 규모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단의 목적에 비춰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사업“에 대해 일본 정부가 동의하지 않거나 시비를 걸면 오히려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 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도 있다.

12·28 합의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과 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가능한 대응방안에 대해 관련단체와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합의 뒤 소녀상 철거에 대한 요구를 끊임 없이 해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전날 도코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함해 한일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소녀상 문제를 거론하거나 관련 단체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재단사업에 집중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합의 사항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우리 정부가 소녀상 문제를 거론할 만한 단계라고 판단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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