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강도 높은 군사 압박에 나서면서 북한의 추가적 핵·미사일 실험이나 국지도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일 최첨단 B-2 스텔스 폭격기 3대를 미주리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괌 앤더슨 공군기지로 전진배치했다.
항속거리가 1만 km에 달하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B-2는 공대지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80발과 핵폭탄 16발을 목표물에 투하할 수 있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무기 중 하나다. 미국은 지난 3월 한반도 긴장국면에서 B-2 3대를 괌 기지에 전진배치하며 대북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미군은 지난 6일에는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 수대를 10년만에 괌에 재배치했다.B-1B는 최대 비행 속도가 음속의 약 1.25배로 임무를 교대한 B-52폭격기(시속 1052km)보다 1.5배 가량 빠르다. 한번에 2000파운드짜리 '제이담 합동정밀직격탄' 24발과 500파운드짜리 재래식 폭탄 84발을 장착한다. 특히 핵탄두를 탑재한 공대지 정밀유도폭탄 20~30발을 실을 수 있어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폭격 전력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미군이 전략폭격기들을 전진배치한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그만큼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확장 억지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핵잠수함도 전진배치하고 있다.미군은 핵무기공격이 가능한 핵잠수함 8~9척을 한반도와 일본에 인접한 태평양지역에 전진배치했고, 이 중 4~5척은 특정 목표물을 즉각 타격할 수 있는 비상대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北 풍계리 핵실험 준비 징후 지속 포착…UFG 기간 DMZ·NLL 국지도발 가능성
미군의 전략무기 전진배치와 함께 한미 양국은 오는 22일부터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실시해 대북 억지력을 점검할 예정이다.
약 2주간 실시되는 UFG 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양국의 협조절차 등을 숙지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북한은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한반도에 어떤 사태를 불러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위협했다.
지난달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UFG 훈련을 언급하며 "8월의 검은 구름이 또 다시 몰려오고 있다. 어떤 고비를 조성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책동에 열을 올릴수록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며 이로부터 초래될 모든 후과는 전적으로 미국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 군 당국은 UFG를 전후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핵실험 준비 징후가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1일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 주변에서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움직임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UFG 기간 국지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경우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중인 비무장지대(DMZ)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국지도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도발 징후로 보일만한 특이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대남전단을 한강으로 떠내려 보내고, 남파 공작원 지령용 난수(亂數) 방송을 16년 만에 재개하는 특이 동향을 보이는데 군은 주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매년 8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에 지상과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면서 "UFG 기간을 틈타 도발을 해 온 사례가 적지 않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