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남북 선수들도 올림픽에서는 형제처럼 지낸다. 사격에서는 진종오(37, KT)가 북한의 김정수, 김성국과 서슴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여자 기계체조 이은주(17, 강원체고)는 북한 홍은정과 함께 셀카를 찍어 전 세계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올림픽이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도 좁혀지지 않는 사이가 존재한다.
13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제2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남자 100kg 이상급 32강전. 이슬람 엘 세하비(이집트)와 오르 사손(이스라엘)이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는 사손의 한판승.
승리를 거둔 사손은 늘 그렇듯 마주보고 인사한 뒤 엘 세하비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엘 세하비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고, 사손의 악수마저 거절한 채 매트를 떠났다. 심판이 다시 엘 세하비를 불러세웠지만, 고개만 살짝 끄덕인 뒤 다시 매트 위를 빠져나갔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관계 때문이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인들과 만남을 금기시하는 분위기. 또 무장 세력의 충돌 등으로 사이가 썩 좋지는 않다.
국제유도연맹 니콜라스 메스너 대변인은 "엘 세하비의 태도를 다시 살펴보고 액션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몇 차례 화합과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들이 나왔다.
마라카낭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셔틀 버스에 먼저 탄 레바논 선수단이 이스라엘 선수단의 탑승을 거부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드 파흐미는 여자 유도 52kg 1회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했다. 하지만 2회전 상대가 이스라엘이 길리 코헨이어서 고의적인 기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