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쉑쉑' 가열되는 수제버거 시장…'작은 사치' 작동할까

쉐이크쉑 버거 열풍 지속…변수는 높은 가격

지난 22일 서울 강남대로에 개장한 쉐이크쉑 1호점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서 주문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SPC제공
뉴욕 명물 버거인 ‘쉐이크쉑’이 국내 햄버거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고급 수제버거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버거업체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수제버거 시장의 성장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 한국을 강타한 ‘쉑쉑’ 버거 열풍

쉑버거, 밀크쉐이크, 감자프라이. 사진=SPC제공
이쯤되면 ‘쉐이크쉑’ 신드롬이라 할만하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대로에 문을 연 ‘쉐이크쉑’ 1호점은 1주일이 넘게 지났는데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개장 당일 33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쉑쉑’(쉐이크쉑의 애칭) 버거를 맛보기 위해 3시간을 기꺼이 기다렸던 열기는 그대로다.

‘쉑쉑’을 친견하기 위해선 아직도 최소 1시간반을 기다려야 한다. 매장 외부에 늘어선 줄도 길이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하다.

하루 평균 고객은 3000명 이상. 찜통더위에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쉑쉑’을 맛보는 순간 고단함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27일 쉐이크쉑 1호점을 찾아 1시간반을 기다린 끝에 주문하는 고객들. 정재훈 기자
노원구에서 친구와 함께 방문한 대학생 정현아(22)씨는 “친구가 가자고 졸라 억지로 와서 1시간반을 기다려서 먹었는데 정말 만족스럽다”면서 “버섯햄버거와 밀크쉐이크를 먹었는데 버섯의 촉촉함과 튀김의 바삭함, 치즈의 짠맛, 쉐이크의 단맛이 어우러지는 난생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고 극찬했다.

정씨는 “언론 홍보와 SNS 인증샷 문화 등으로 마케팅을 잘한 것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그걸 훨씬 뛰어넘는 반전의 맛이었다”면서 “식감이 너무 좋아 10점 만점에 9.9점을 주고 싶고 다시 오고 싶다”고 엄지를 쳐들었다.

맛에 관한 한, 매장의 고객들간에 이론은 없었다.


◇ 꿈틀대는 수제버거 시장…경쟁 본격화

지난 27일 쉐이크쉑 1호점에서 고객들이 버거를 맛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쉐이크쉑’ 1호점의 하루 매출은 방문고객이 국내 버거업체의 기본 세트 메뉴(햄버거+감자프라이+콜라)대로 먹었다고 가정할 경우 4050만원으로 추산된다.

고객 수가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매출은 최소한 월 12억1500만원, 연 145억8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리아 수제버거 AZ(아재)버거. 사진=롯데리아 제공
이에 따라 국내 햄버거 시장도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마이너스 성장 속에 프리미엄 수제버거 출시로 돌파구를 엿보던 국내 버거업체들도 쉐이크쉑 열풍에 자극받아 수제버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쉐이크쉑은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쓰지 않은 앵거스 비프 등 신선한 재료로 주문 즉시 제조하는 슬로푸드를 표방한다.

이에 맞서 국내 최초 버거이자 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리아는 지난 1일 호주 청정우 순쇠고기 패티와 12시간 저온발효한 통밀발효종 효모를 사용한 브리오쉬번을 사용한 ‘AZ(아재)버거’ 3종을 선보였다. AZ버거는 출시 3주 만에 60만개가 판매됐다.

맥도날드도 지난해 8월 소비자가 직접 호주산 앵거스 비프 등 식재료를 선택해 주문하는 맞춤형 ‘시그니처 버거’를 출시해 현재 전국 49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 수제버거, '가성비' 장벽 넘을까

그렇다면 국내 수제버거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일단 쉐이크쉑 1호점에 대한 재방문 의사는 높았다. 대부분 고객들이 “다시 매장을 찾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쉐이크쉑의 대표 버거인 ‘쉑버거' 싱글사이즈는 6900원이다. 롯데리아 ’AZ버거‘ 오리지널은 6200원, 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 클래식 치즈버거는 6500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쉐이크쉑의 경우 쉑버거 싱글에 감자프라이 레귤러(3900원)와 콜라 레귤러(2700원)를 추가하면 1만3500원이며 콜라 대신 쉐이크 레귤러(5900원)를 마실 경우 1만6700원이다.

4700원인 맥도날드 빅맥세트(빅맥+감자프라이+콜라) 2.9~3.6배 수준이다.

맥도날드의 맞춤형 시그니처 버거의 식재료를 고객이 직접 선택하고 있다. 사진=맥도날드 제공
국내 버거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장기 불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제버거 시장 성장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이유다. 앞서 선보인 ‘크라제버거’와 ‘모스버거’ 등 수제버거 브랜드가 고전한 사례도 있다.

쉐이크쉑 1호점에서 만난 최명주(20)씨는 “1만3000원이 넘는 가격은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면서 “자주 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KFC는 버거 고급화와는 정반대로 ‘가성비 극대화’ 카드를 내걸고 대대적인 가격 인하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쉐이크쉑을 들어온 SPC그룹도 올해 매장 한 곳만을 추가하고 오는 2020년까지 25개 매장을 목표로 하는 등 일단은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시장 안착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 '작은 사치'…높은 가격, 맛으로 상쇄

하지만 최근 또다른 키워드인 ‘작은 사치’를 들어 수제버거 시장의 성장세를 예상하는 견해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이틀 연속 쉐이크쉑 1호점을 찾은 윤민석(20)씨는 “집에서 오가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까지 4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이를 감수할 만큼 충분히 맛이 있다”면서 “맛을 고려하면 가격도 적당한 수준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즐겨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SPC그룹 이광 쉐이크쉑 사업팀장은 "기존 수제버거 브랜드의 실패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원인이었다고 본다"면서 "쉐이크쉑 버거의 가격은 제품의 품질이나 경쟁사 수제버거 가격을 고려할 때 충분히 경쟁력있게 책정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쉑쉑버거가 혼밥족 시대의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인지, 반짝인기에 그치며 좌초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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