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나눔의 집 주최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정부 측에서 28일에 점심 먹으러 나오라"며 전화를 걸어왔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참석을 종용한 28일에는 지난해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에서 논의됐던 피해자 지원재단 '화해와 치유재단' 발족식이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정대협 측은 "정부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식사 자리에 나오라'며 연락을 해왔다"며 "몸이 불편해 못 나간다는 이들에게는 '다른 할머니도 다 온다'거나 '차로 모시러 갈 테니 와서 테이프 끊으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수원평화나비 이완모 공동대표는 "제가 모시는 피해 할머니는 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로부터 '오시면 돈을 줄 테니 꼭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냥 통장에 넣어달라고 하니 '본인이 직접 와야 드릴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동원 의혹에 대해 "발족식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와전된 것 같다"며 "참석해야 돈 준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 할머니는 "왜 정부가 우릴 죽일라 합니까"라며 "우린 25년간 돈이 아니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싸워왔다"고 입술을 떨며 울먹였다.
김복동(89) 할머니 역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 없이 할머니들은 돈 몇 푼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러는 동안 이옥선(90)·길원옥(87) 할머니는 각각 고개를 푹 숙이거나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한편, 기자회견중 별안간 나타난 일본 취재진은 할머니들과 불과 1m 떨어진 거리에서 카메라를 앞에 두고 목소리를 높여 자신들의 방송을 촬영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들은 "아사히TV에서 나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