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은 마오 주석이 일으킨 대지진'

신간 '백 사람의 십년:문화대혁명, 그 집단 열정의 부조리에 대한 증언'

문화혁명이 일반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그 10년의 광포한 시기에 지식이들이 홍위병들에게 공개비판에서 극도의 모욕과 폭 치도곤을 당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에 관한 책으로는 중국의 지식인 지셴린 선생의 회고록 '우붕잡억'을 접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백 사람의 십년:문화대혁명, 그 집단 열정의 부조리에 대한 증언'은 문혁시기 일반인의 고초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자신도 문화혁명 피해자인 저자 펑지차이는 1980년대 중반, 신문에 문화혁명 경험담을 공모했다. 4천 통이 넘는 편지가 도착하자 일일이 읽고 그 중 수백 명을 직접 인터뷰해 백 사람의 이야기를 연재했다. 1996년 29편의 글을 모아 중국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으며, 한국어판에는 17편이 실렸다.

문화혁명 기간 중 3만 4,800명이 죽었고 70만명 이상이 박해를 받았다. 이 책에 등장하하는 민초들에게 문화혁명은 탕산 대지진과 원자탄에 비견되는 사건으로 각인되었다. "그래서 문혁은 마오 주석이 일으킨 대지진이고 탕산 대지진은 지신이 일으킨 지진이랍니다." "세상에 원자탄보다 더 대단하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문화대혁명이라고요."

문혁은 왜 일어났을까? 역사에서 비켜갈 수는 없었을까? 이 책의 한 증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혁은 필연입니다. 1976년 탕산 대지진이 일어난 것처럼요. 지진은 갑자기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 원인은 이미 땅 속에 있고 언젠가는 일어나게 되는 일입니다. 나는 당신이 다음과 같이 쓴 글을 본 적이 있어요. '필연은 우연이고, 우연은 필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생사가 왔다갔다 하는 경험을 담고 있다. 모욕감과 공포를 이기지 못해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그래서 동반 자살을 기도해 아버지는 세상을 뜨고, 자식만 살아남은 기구한 이야기. 정말 운명이 가혹하다. 앞서 언급한 책 '우붕잡억'에서도 지셴린이 홍위병에서 가택 급습을 당하고 난 후 뒷동산에서 음독 자살을 기도하려다 뒤쫓아온 홍위병에게 발각되어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다. 그는 이후 우붕에서 개조기간을 거치고 나서 문혁이 끝나자 학문에 매진해 중국인이 우러러보는 석학이 된다. '백 사람의 십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소개된다. 의대 출신 딸이 부모와 함께 홍위병의 기습을 당하고 두려움에 떨어가 동반 자살을 기도한다. 경동맥 절단을 결심한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먼저 죽이라고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먼저 죽이라고 했습니다. 먼저 죽는 사람이 이 모진 운명에서 먼저 벗어나는 것이었죠." 아버지의 경동맥을 찌르고 나자, 갑자기 오빠가 어떻게 알았는지 방으로 뛰어들었다. 어머니와 딸은 3층에서 투신한다.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받아주지 않아 숨지고, 딸은 치료를 받은 후 '문혁항거죄와 살인죄'로 무기징역에 처한다.

여기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은 사연이다. 마오 주석의 무용담을 소개한 한 산촌 교사가 인생을 망가뜨린 이야기를 보자. "마오 주석이 도랑 속에 몸을 숨겨 적들의 추격을 따돌렸던 재치있는 이야기였다." 학생의 노트에서 발견된 이 한 줄이 빌미가 되어 이 교사는 징역 8년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다. 이 교사의 부인은 당시 임신 6개월의 몸이었다. 아내는 현으로 뛰어가서 억울함을 호소하자 현 지도자는 근거를 찾아오라고 한다. 그래서 일자무식인 아내는 글자가 인쇄된 종이쪼가리만 보면 주워다가 해독을 부탁한다. 꼬박 7-8년 동안 종이를 주웠고 남편의 형기 만료를 반 년 앞둔 어느날 밤, 아궁이에서 불이 나 집안 가득 쌓여 있던 종이에 불이 옮겨 붙어 큰 화재가 되었다. 결국 그 여자와 아이는 불아 타 죽고 말았다. 이 교사는 감옥에서 삼베 조각에 목을 매달아 죽으려 했으나 조각이 끊어지고 만다. 그런데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적이 일어났다. 글자가 등사된 종이가 눈앞에 있었는데, 그 종이의 그의 운명을 바꿨던 바로 그 이야기가 인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8년 형기를 마친 그 교사는 상소하게 된다. 이 사연을 접한 좌파 지원 수행 군인은 문제가 된 마오 주석 무용담의 출전을 찾아내 교사의 누명을 벗겨준다. "이 선생 사건처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삭너은 다시는 업었어요. 이 시대가 만들어낸 거대한 비극을 내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느낀 바로는, 큰 인물들이 아무리리 비극적인 일을 겪었다 할지라도 일반 인민들이 겪는 비극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기지를 발휘한 지휘관의 이야기는 어찌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마오 주석 도자기 상을 들고 행군을 하던 중 운반을 맡았던 병사가 그만 실수로 도자기를 깨뜨리고 만다. 밤새 모든 부대원들이 꼼짝도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 사죄를 하며 밤을 지샌다. 그런데 지휘관이 인근 마을에 적이 출현했다며 출동 명령을 내려 부대를 이동시킨다.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나중에 도자기 파편을 찾겠다며 지휘관 혼자 다녀오더니 도자기 파편이 없어졌다고 한다. 다시 부대원 몇명과 함께 찾아 나섰으나 그 흔적을 찾지 못했다. 마오가 신격화된 상황에서, 만일 그 지휘관이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겠으며, 그 파편 처리는 어떻게 했을 것인가.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동안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역사의 잘못은 얻기 힘든 재산이다. 그 재산을 잃어버린다면 새로운 맹목에 빠질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에 얼마나 황당하고 부끄러운 야만의 상태를 겪었든,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미래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만일 후대 사람들의 이로 인해 경각심을 갖게 된다면, 우리 세대가 겪었던 고난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큰 불행을 당하기는 했지만 가치 있는 삶을 산 것이리라. 나는 우리 중국 민족이 쉽게 잊는 것 같아 슬픔을 느낀다."-저자 서문에서

펑지차이 지음/박현숙 옮김/후마니타스/401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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