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출입 금지시설 '영업일' 아니면 괜찮다?

법 허점 이용한 '화상경마장 아동·청소년 출입'

대전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 확장 저지와 외곽 이전을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주민대책위.(사진=김정남 기자/자료사진)
무료강좌를 앞세워 어린이와 청소년의 출입을 사실상 부추긴 화상경마장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출입 금지시설'이다.

하지만 현실은 강좌를 들으러온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실정이다.

주변 학교들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이용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6. 7. 19 화상경마장 건물서 영어캠프…'독려'하는 학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업일이 아니거나 영업 장면이 직접 노출되지 않으면 괜찮다는 법의 해석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서울 용산지사는 화상경마장인 마권장외발매소 건물 내 키즈카페를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을 설치하려다 용산구가 '화상경마장이 있는 건물에 청소년들의 출입이 가능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건축허가를 반려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화상경마장의 손을 들어줬다.

"화상경마장이 설치된 구역에 미성년자 출입을 제한하면 악영향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전 마권장외발매소와 학교들 역시 "경마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아동·청소년 출입은 문제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청소년 보호'라는 법의 취지와도 어긋나는 것일뿐더러, 아이들이 화상경마장 건물에 익숙해지고 경계심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CBS의 보도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나이트클럽도 주간에는 청소년들에게 음료를 판매하고 댄스 강좌를 운영해도 된다는 격", "화상경마장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출입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와 같은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청소년 출입 금지시설임에도 아동·청소년 출입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의 허점을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연대기획국장은 "1차적으로는 영업일이 아니라도 청소년이 출입할 수 없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며 "나아가 화상경마장이 학교 인근에 있는 것 자체가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에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서는 영업 자체를 할 수 없도록 근본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전 마권장외발매소가 있는 월평동 주민대책위는 "어제는 경마가 열리니 출입이 안 되지만 오늘은 경마가 없는 날이라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면 아이들이 무슨 판단을 할지 걱정"이라며 "국회와 정치권은 아이들을 도박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법의 허점을 없애고 학교와 주거지 인근 화상경마장을 없애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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