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통 분담'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더욱 그렇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앞두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울산을 다녀 갔다.
유 부총리는 "기업 스스로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통해 생존능력을 키우고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권단과 노조, 주주 등 이해 관계인은 고통을 분담하고 긴밀히 협력하는 것 만이 회생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앞서 민관합동조사단은 16일 현대중공업 울산본사에서 현장실사를 벌였다.
이날 합동조사단 김경선 노동시장 정책관도 "지금의 위기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고통분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통 분담 발언이후,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책임 분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의 위기 순간마다 정 이사장이 측근을 통한 대리경영 외에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현대중공업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회사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해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무교섭 선언에 이어 임금 관련 일체를 회사에 위임하고 기본급 동결로 교섭을 마무리 했다.
2011년 9만 원에 이어 2012년 5만 800원, 2013년 3만 500원으로 인상 폭이 매년 줄었다.
회사의 영업이익 감소가 주된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2년 뒤인 지난해 해양플랜트 투자 부실 등 회사의 희망퇴직이 진행되면서 원·하청 노동자 8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 이사장은 노조가 임금을 동결한 2009년 다음 해인 2010년에 지금까지 받은 주식배당금 중 두 번째로 많은 배당금을 챙겼다.
정 이사장은 2010년 주식배당금 574억 원을 시작으로, 2011년 328억 원, 2012년 192억 원, 2013년 154억 원을 받았다.
그가 주식배당금을 가장 많이 챙긴 해는 2007년도로, 615억 원이다.
무소속 김종훈 국회의원(울산 동구)은 "현대중공업에서 10년 동안 순 이익이 23조가 났다고 하는데 노동자에게 얼마나 혜택이 갔는지 의문이다. 임금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 등 실제 이익을 본 사람들이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이라고 했다.
정 이사장이 지난 2013년까지 7년 동안 받아 간 주식배당금은 2000억 원 이상이다.
게다가 현재 정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씨가 현대중공업 전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경영위기 때마다 정 이사장을 둘러싼 사재출연 등 책임 분담을 촉구하는 지적이 매번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