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폰에 왜 '정부3.0'이 깔려 있어야 하는데요?"

행정자치부가 삼성전자의 차기 패블릿 갤럭시노트에 '정부3.0' 앱이 선탑재된다고 밝힌 이후 IT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관치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6일 삼성전자와 협의해 갤럭시노트 차기 모델에 정부3.0 서비스 기능을 담은 웹 앱(모바일웹)을 탑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3.0은 박근혜 정부가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 구현을 목표로 공공정보의 개방, 부처 간 소통을 원할하게 하여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3.0 앱은 다운로드 수가 안드로이드 마켓 기준 5만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대부분 공무원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홈페이지는 21일 현재 510만 여명이 다녀갔을 뿐이다.

행자부는 정부3.0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인기 스마트폰에 선탑재 방식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제로 하도록 하는 셈이어서 소비자의 권익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119나 경찰신고, 세금과 같은 국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도 아니고, 광범위한 정부조직과 홍보자료가 대부분인 정부3.0 앱을 스마트폰에 강제 탑재하는 것은 사용자의 편익을 오히려 훼손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3.0은 일종의 정부 포털사이트다. 정부와 정부3.0 추진위원회의 시책과 방향, 주요 이슈에 대한 정보들이 소개되고, 각 부처와 기관, 지방정부의 홈페이지를 모아서 보여준다.

최근 선탑재 논란으로 정부3.0 홈페이지를 몇번 방문해봤다는 이용걸(34·회사원·가명)씨는 "정부가 발표하는 자료는 대부분 언론이 보도하고 있고, 필요한 민원이나 정보는 해당 기관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보는데 굳이 정부3.0 홈페이지를 이용해야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이미 포털에서 검색할 수 있고, 몇가지 앱 빼고는 거의 안들어가는 앱도 많은데 정부 홍보 사이트가 왜 내 스마트폰에 깔려 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 운용에 필수적이지 않은 앱을 이용자가 선택적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어, 당장 정부간 소통부터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선탑재 되는 정부3.0이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웹 앱 형태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가 전혀 없다"면서 "정부가 자신들이 말했던 '비정상적 관행'을 스스로 실행하려드는 촌극"이라고 비판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제조사와 통신사, 구글이 선탑재 하는 앱만 적어도 20여개에 달한다. 이중 스마트폰 운영을 위한 필수 앱은 5가지 안팎으로 나머지는 사용자가 다른 비슷한 기능의 앱을 설치해도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활용 앱으로도 사용자의 선택받지 못한 정부3.0을 강제적으로 설치하는 방식을 두고 전근대적인 '관치행정'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모 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3.0은 정부의 운영 패러다임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맞춤형 정부 서비스라는 개념은 훌륭하지만 맞춤형 서비스가 있어야 할 자리에 국민의 자리는 없고, 엉뚱한 곳에 둥지를 틀려한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IT업계 관계자도 "선탑재 앱은 보통 플랫폼이라서 필수적이거나 아예 경쟁력이 없는 서비스를 무임승차 시켜 서비스를 확장시키려는 경우 두 가지인데, 정부3.0은 후자를 자인한 셈"이라며 "보통 기업과 정부가 협력을 통해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행자부의 발표에는 이유는 없고 어떻게든 평가 실적을 내놓으려는 구실(口實)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과 협의를 통해 정부3.0 모바일웹 앱을 선탑재 하도록 한 것은 맞지만,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이었다"며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앱을 사용 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앱이고 강제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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