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냉면의 모든 것' ①]에서 냈던 퀴즈의 정답부터 알려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3개를 맞히셨으니 바로 '중수' 인정해 드립니다. 1번은 요즘 '핫'하다는 합정동 '동무밥상'입니다. 2번은 을지면옥인데 둘이 친척관계이다보니 사실 필동면옥이라고 해도 틀렸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평양식 국수'의 중수, 고수들은 냉면의 면발과 육수의 청탁(淸濁)만을 보고도 단번에 알아봤겠지만 입문자, 초급자가 모두 맞히기는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평양냉면'으로 통칭 되는 '평양식 국수'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본디 서북지역의 향토음식인데 6.25때 실향민들을 통해 남한으로 급속히 퍼진 국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면은 서북지역에서 많이 났던 메밀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밀을 얼마나 섞었는지에 따라 면발의 굵기와 탄성 등이 결정됩니다. 광명에 본점이 있고 지금은 여의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정인면옥의 경우 순메밀이라고 해서 100% 메밀로 된 면을 내기도 합니다.
육수는 고깃국물에 동치미를 얼마나 절묘하게 섞느냐에 따라 맛이 결정됩니다.
그외에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고깃국물과 동치미 국물을 적절히 섞어 육수를 냅니다.
고깃국물은 원래 꿩고기를 많이 썼지만 요즘 귀하다보니 소고기가 베이스로 많이 쓰입니다. 예전에 우래옥에서는 꿩고기 완자를 고명으로 얹어주곤 했는데, 아마도 옛날에는 꿩고기 국물을 냉면 육수로 썼다는 걸 방증하는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냉면을 담는 그릇도 조금씩 다른데요. 보통은 관리하기 쉬운 스테인레스 스틸 그릇에 냉면을 담아주지만 동무밥상과 봉피양 등에서는 놋그릇에 내기도 합니다. 차디찬 육수를 조금이나마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은데요. 젓가락질을 하다가 그릇을 치면 '땡'하고 종치는 소리가 나서 좀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우래옥의 경우 사기그릇에 냉면을 담습니다.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고 해서 "고기 한점에 술한잔 먹고나서 찬 냉면을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란 뜻이 담겨있습니다.
불고기 · 편육과는 소주가, 만두 · 녹두전과는 막걸리가 비교적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선주후면의 놀라운 광경은 남대문 시장의 부원면옥에 가야 제대로 접할 수 있습니다.
부원면옥은 잔술을 파는 몇 안되는 노포인데요. 소주 반병을 글라스 한잔에 담아 팝니다. 냉면값도 비교적 저렴한데다 공식적으로 잔술까지 내놓으니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부원냉면에서는 동행없이 어르신 혼자 와서 잔술 한잔을 안주없이 단숨에 들이키고 주문한 냉면을 드시는 모습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을지면옥은 평양식 국수를 지향하면서도 비빔냉면을 같이 냅니다. 보통 함흥냉면의 면은 전분가루가 많이 들어가 쫄깃하고 질긴 것이 특색이지만 을지면옥의 경우 메밀면에 매운 양념을 넣은 것이라 면이 툭툭 끊어집니다.
'냉면 좀 먹어봤다'고 자처하는 일부 손님들은 비빔냉면을 시킨 뒤 편육에 싸서 술안주로 먹고, 평양식 국수를 마지막에 한숨에 들이키기도 합니다.
끝으로 평양식 국수를 주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용어 몇가지를 소개하고 오늘의 글을 마치려 합니다.
민짜는 면 위에 수북히 쌓는 고명을 빼는 대신 면을 넉넉히 달라는 주문 방식이고, 엎어말이는 요즘말로 곱빼기입니다. '엎어말이'란 말이 생소할 뿐, 지금도 곱빼기는 엄연히 존재하는 주문 방식입니다. 일부 밀면집에서는 엎어말이를 '쌍봉'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거냉'은 이가 시린 어르신들을 위해 냉면 육수를 살짝 데워 차지도 덥지도 아니할 정도로 내는 것을 말하는데요. 최근 대동관 메뉴판에서 '거냉'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살얼음 육수로 유명한 을밀대에서의 '거냉'은 "얼음은 좀 빼달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냉면의 모든 것' ③]에서는 이름값하는 '평양식 국수'를 내는 가게들을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열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소 평양식 국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었다면 이메일(steelchoi@naver.com)을 보내주시면 가급적 충실한 답을 내놓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