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죽어야 하나"…롯데홈쇼핑·협력사 긴급간담회

"상품 이미 준비, 도산 불가피…과징금 등 다른 제재방안 찾아야"

정부가 27일 롯데홈쇼핑에 대해 방송 사상 초유의 '6개월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방송 송출 금지' 처분을 내리자 롯데홈쇼핑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홈쇼핑과 협력사들은 오는 30일 오후 2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롯데홈쇼핑은 이날 협력사들과 논의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롯데홈쇼핑은 정부의 방송 송출 금지 처분에 대해 "지나친 이중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롯데홈쇼핑은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소명하고 막대한 협력사 피해를 고려해 선처를 호소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재승인 유효기간 2년 단축이라는 불이익을 이미 받았음에도 미래부가 또다시 영업정지라는 가혹한 이중처벌을 가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제재로 협력사들까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했다.

롯데홈쇼핑은 프라임타임 매출이 전체의 50%에 이르는 만큼 지난해의 절반인 6,222억 원의 매출 손실과 685억 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했다.

또 지난해 프라임시간대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한 중소 협력업체들은 4,100억 원 대의 매출 피해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홈쇼핑 전체 850여 개 협력업체 중 560여 개, 66%가 중소기업이고 173개는 롯데홈쇼핑과 단독으로 거래하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문을 닫으란 말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만 모피와 가죽 의류를 납품하는 시티지 최태진 대표는 “지난해 가울‧겨울 시즌 6개월 동안 1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올해도 이미 150억원 어치의 상품을 준비해놓은 상태”라며 “이렇게 갑자기 방송을 중단시키면 도대체 어떡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 대표는 '개성공단이 문 닫는 것을 보고 입주업체들 생각에 가슴이 아팠는데 지금 내 처지가 그런 상황"이라며 "과징금 등 다른 제재 방안도 있을텐데 왜 아무 잘못 없는 작은 업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의 95%를 국내 업체 20여 곳에 외주를 주는데 그들은 어떡하느냐”면서 “이러다가 우리 회사는 물론 그들 회사까지 도산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롯데홈쇼핑과 단독으로 여성 란제리를 납품하는 인티지아 김선미 대표도 "제품 차별화를 위해 독일산 직수입 레이스를 사용하는데 이미 가을‧겨울 시즌 70~80억원 어치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면서 "롯데홈쇼핑과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처벌을 받는건데 작은 업체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대로라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원자재 확보와 디자인 검토 등 1년 가까이 준비해서 지난 3월부터 롯데홈쇼핑에 단독 납품하기 시작했다”면서 “거대 유통기업이 방송을 중단하게 될지 생각이나 했겠느냐,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다. 12명의 직원들에게 월급은 어떻게 줘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4개월 유예와 다른 홈쇼핑업체 입점 주선 등 정부가 내놓은 중소업체 피해 구제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을 모르는 주먹구구식 대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업체들은 “다른 홈쇼핑 회사들도 기존 협력사들이 있을텐데 그들을 밀어내고 입점이 가능하겠느냐”고 혀를 찼다. “우리가 롯데홈쇼핑에 특화된 상품을 납품하는 것처럼 다른 홈쇼핑 협력사들도 마찬가지일텐데 그 업체들 대신 입점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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