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면서, 이달 말까지 대책을 내놔야하는 환경부를 비롯한 각 부처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이번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은 ‘경유’다.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된 오염원이 경유차량이나 경유를 쓰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경유에 대한 ‘메리트’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경유차 운행제한지역(LEZ) 설정은 물론 그동안 금기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경유 가격 인상 방안까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 경유세(기재부 소관)냐 경유부담금(환경부 소관)이냐...갑론을박
문제는 경유 사용을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것. 환경부는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즉 교통에너지환경세제를 개편해 현재 휘발유 대비 83%인 경유의 상대가격을 휘발유에 근접할 만큼 높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금제도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잡자고 영세 자영업자는 물론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세금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
기재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때문에 세금을 뜯어고치자는 의견은 단견”이라며 “현행 환경개선부담금 제도를 고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보다 직접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환경개선부담금은 환경부 소관이다.
기존의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담금을 소급 부과할 수 없고, 경유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차량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부담금을 매기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결국 경유 사용을 줄이려면 부담금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 경유 자체에 부담금을 매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논리다.
환경부 관계자는 “부담금 제도를 고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까지 가야하는데 반해,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며 경유세 인상안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 국민 입장에서는 '그놈이 그놈'...결국 부처간 폭탄돌리기
사실 경유에 세금을 더 붙이나 부담금을 매기나,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을 때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별 차이도 없는 내용을 놓고 정부 내부에서는 25일로 예정됐던 관계부처 차관회의마저 취소될 정도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각자 자기 부처가 경유 값 인상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이런 사단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원인이 국내외에 모두 걸쳐있고, 워낙 광범위해서 대책을 마련하려면 범부처 차원에서 협력을 해도 제대로 될까 말까한 난제 중에 난제다. 그러나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어느 부처가 총대를 맬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폭탄 돌리기 게임’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