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수급 원칙 '붕괴'…소비자 허리 휜다

돼지고기·닭고기·갈치·참조기 공급 증가해도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정부가 축산물과 수산물의 유통단계를 줄여 산지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격도 오르고, 내리면 같이 내리는 연동체계를 구축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 연동체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공급물량이 늘어나 산지 출하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도매상인과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등 소매업체들만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고, 생산자 농민과 어민, 소비자들은 앉아서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 축산물 유통시장…'중간 뻥튀기' 해도 너무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돼지 사육 마릿수는 1천31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4%인 34만 마리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5월 들어 중순까지 1kg에 평균 481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2% 하락했다.

하지만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삼겹살 소비자가격은 1kg에 2만30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여름철 삼겹살 성수기를 앞두고 이달 하순 들어서는 소비자가격이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소비자가격이 22일에 비해 0.4% 올랐다.


이 같은 가격 불균형은 닭고기 시장이 더욱 심각하다. 올해 들어 지난 1분기 국내 육계 사육마릿수는 8654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6%인 379만 마리 증가했다.

따라서 5월 상순 기준 닭고기 평균 출하가격은 1kg에 10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86원에 비해 무려 29.8%나 폭락했다.

이에 반해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1kg에 5154원/kg으로 13.8% 하락하는데 그쳤다. 5월 하순 들어선 5330원으로 되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닭고기 소비자가격이 출하가격 보다 5배 정도 비싼 유통거품 상태가 수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육계 생산 농가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출하하고 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형 계열화업체와 할인매장, 유통상인 등은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갈치·참조기 어획량 급증…소비자가격은 오름세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올해 1/4분기 연근해어업 생산 현황에 따르면, 갈치 어획량은 9천1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74톤 보다 53.4% 증가했다.

이는, 갈치의 경우 주로 제주도 인근에서 연승어업(낚시줄을 연결해 잡는 방식)을 통해 잡았으나, 남해안 등지에서 그물로 어획하면서 어린 갈치 등이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갈치 어획량이 늘었지만 지난 4월말 소비자가격(냉장 1마리 330g 기준)은 1kg에 1만912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4%나 올랐다.

굴비의 재료가 되는 참조기는 올해 1/4분기 어획량이 3356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무려 87.8%나 급증했지만, 소비자가격(냉동 1마리 100g 기준)은 1kg에 2만4300원으로 22.1%나 급등했다.

수협 관계자는 "갈치와 참조기의 경우 일정 크기 이상의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중품 이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며 "유통시장이 수급상황과 엇박자로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간 유통상인들이 물건을 대량 확보한 뒤, 가격을 마음대로 조절할 정도로 유통시장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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