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

신간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신간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는 끝없는 피로감과 만성 스트레스의 요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현대인의 '어른답지 않은' 태도와 미성숙한 정신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나이가 든다고 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며, 어른도 다시 '아이의 세계'로 퇴행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논지다. 성숙한 성인이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성인의 자세를 취할 때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자기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촉박한 일정의 압박, 끊임없는 연락 대기 상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늘 피곤하고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모호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는 "세상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하소연한다. 개인이 직장, 가정, 사회에 의해 짓눌린다는 의미에서 '과도한 요구'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이 책은 세상이 더 어려워지고 요구가 많아진 게 아니라 우리가 허약해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소아청소년 심리치료 권위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과도한 요구라는 신화를 믿는 사람은 패배한다"고 설명한다. '나를 과도한 상태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을 희생자라고 간주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울증에 걸리거나 번아웃 상태가 될 때까지 이를 악물고 참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시달리는 사람은 손을 놓고 싶어 한다. 결정을 미루며 타인이 대신 방향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


"더 이상 결정을 내리지 않는 사람은 과도한 요구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온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극적 인생을 만드는 것과도 작별이다. 체념한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 행사할 권한을 포기한다. 체념한 사람들은 무력하다. 다시 말해 자신이 방치되었다고 느끼고 희생자 역할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한다." (본문 97쪽)

결정 회피자, 미숙한 부모, 영원한 어른아이…. 나이만 찬 성인들은 언제까지고 고달플 수밖에 없다. 책상에 쌓이는 일들을 '공 넘기기'식으로 쳐내도 늘 정신이 없는 데다 작은 일조차 결정을 내리는 건 고역이고 무슨 일이든 주류를 따르는 게 마음이 편하다. 책임질 능력도 없지만 가능하면 팀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는 데 익숙하다. 겉모습과 이미지를 관리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며,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 이렇듯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인식하고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성인의 관점이다.

우리는 '학교 졸업-취업-분가-결혼-자녀 출산'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물질적 독립만이 아니라 감정적 독립 단계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발전으로 여겨지지 않는 추세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개인이 성장하지 않는 상태를 오히려 두둔한다며, 육체는 다 자랐으나 정신과 감정은 자라지 못한 성인들이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그들이 어른이 될 수 없는 것은 지금의 상황 때문이 아닌가!" 이러한 목소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가 논하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문제가 아니다. 그는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볼 때 그와 같은 '발전 정지 상태로의 발전'은 절망적이라고 단언한다. 성인이 되는 것은 인간 내면의 중대사이므로 스스로 한계를 두고 좌절을 극복하는 법, 다시 말해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지 않으려 하고 배울 필요도 없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성인의 상태는 한번 다다르면 다시는 떠나지 않는 고지 같은 것이 아니다. 오래전에 극복하고 지나온 시기로 도로 미끄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를 '퇴행'이라 일컫는다. 성인은 성숙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 경험한 모든 발달 단계를 내면에 간직하게 되는데, 이때 한번 거쳐 온 시기의 습성은 완전히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남아 있게 된다는 것. 주위를 둘러보면 구강기, 항문기, 환상기를 비롯한 과거의 발달 단계 중에 한 단계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가지 자아 기능이 퇴행 속에 매몰되어 유년기의 정신 상태가 다시금 우세해지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40~50대에 이르러도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지극히 슬픈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사람은 '큰 아이'로서 자신만의 세상을 배회하며 물질적· 감정적·정신적으로 직장이나 가정생활, 인간관계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성장하지 못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불행한 부모가 된다.

저자는 많은 부모들이 내적 안정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한다. 부모들 대부분이 모호한 불안 상태에서 단 한 가지만을 원한다. 즉 간섭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안 돼'라고 말하는 대신 '그래'라고 말하기가 더 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자녀들은 거의 모든 것을 해도 되고, 가지고 싶은 것은 거의 다 얻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애써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을 수 있을까.

오로지 부모의 자가용 뒷좌석에 앉아 세상을 배우고 디지털 시대에 사회화된 아이들, 그리고 과도한 요구에 눌린 부모에게서 "괜찮아"라는 말만 듣고 자란 탓에 다른 사람의 건설적인 비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성숙한 젊은이들은 과연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성인들이 엄격함이 아닌 분명함이라는 태도로 이들을 존중하고 북돋우고 받아들임으로써 뒤늦게나마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항상 사람들 각자의 발전력을 믿는다. 퇴행도 그칠 수 있다. 나이가 얼마나 많은가에 관계없이 사람은 모두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부담을 감당해낼 능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는 편한 것 대신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다시 성인다운 태도를 갖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성인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수 있다."(본문 229쪽)

살아가고 생존하는 데 지금보다 편한 시절은 없었다. 기술 혁명을 비롯해 특히 디지털 혁명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예전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는 격변의 한가운데에 있다. 저자는 디지털 혁명이 정신적인 부담을 준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정신을 모호한 불안 상태로 몰고 가는 수많은 정보를 제한하는 방법을 미처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불안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디지털 기기들을 자주 차단하고, 당장 필요한 휴식을 마련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진료실에 찾아와 앉아 있는 많은 부모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과도한 요구에 짓눌려 있는지 보인다고 한다. '잘하려는' 긴장 때문에 지속적 흥분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데 그런 경우 그는 그들에게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혼자 숲에 가서 다섯 시간 동안 산책을 하라는 숙제를 내준다. 그럴 때마다 어리둥절한 표정과 실망의 빛을 보이는 건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하지만 저자가 시킨 대로 숲을 찾은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고 놀랐다는 것이다. 숲을 거닐며 홀로 보내는 그 몇 시간이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궁금한가?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당신도 해보라"고 권한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송소민 옮김/추수밭/33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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