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연준 (소록도 성당 주임신부)
◆ 김연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소록도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 김연준> 점점… 조용했던 섬의 분위기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소록도 병원이 100년, 이게 무슨 의미이기에 이렇게 뭐 전화연결까지 해.' 이런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소록도 병원 100년은 그냥 100년이 아니죠?
◆ 김연준> 소록도 100년이라 하면, 한스러움이 좀 아름다움으로 바뀌는 그런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한스러움이 아름다움으로 바뀌었다.’ 이 말 한마디에 모든 그 100년이 다 함축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요. 사실은 100여년 전 소록도에 한센인들이 모이기 시작했을 땐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은 땅, 수용소’ 같은 이런 곳이었다면서요?
◆ 김연준> 사실은 1937년 중일 전쟁 때부터, 사실은 비극이 시작돼요.
◇ 김현정> 그래요?
◆ 김연준> 제정이 전쟁 쪽으로 들어가게 되니까 전쟁에 들어가게 되니까 강제노동이라든가 우리가 어렴풋이 들었던 실험 같은 것들이 이루어졌죠.
◇ 김현정> 이른바 우리가 마루타 실험이라든가 이런 게 소록도 그 땅에서도 있었군요?
◆ 김연준> 그때 전쟁 중에만 이루어졌습니다. 항생제 실험을 해야하니까... 그렇게 알려지고 있죠. 그러다보니 탈출자가 많아지고 탈출자가 많아지면서 이 사람들을 붙잡아서 더 참혹하게 대하고 그러다 보니까, 정말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한스러움의 땅이 된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그리고 (한센인들의 치료를 도왔던) 일본인 의사라든지, 또 우리 김신부님도 마찬가지고요. 파란 눈의 수녀님도 들어오고 이러면서 이제 변하기 시작한건가요?
◆ 김연준> 그렇죠. 소록도가 해방 이후에 초창기에도 어려움은 있었지만, 1984년도에 교황 요한 바오르2세 께서 소록도에 오셔요. 그것도 큰 하나의 소록도의 정신적인 큰 변화를 물결이었고요. 한센병은 DDS라는 약이 나와서 완치가 되는 병입니다. 2주만 복용하면 완치가 되고 피부병에 불가한데요.
◇ 김현정> 2주면 돼요?
◆ 김연준> 네. 문제는 치유가 안 되는 것은 우리의 편견입니다. 한번 ‘저 사람이 한센인이여서 소록도 사람이었대’라고 얘기를 하는 순간 왕따를 당합니다.
◇ 김현정> 소록도란 얘기만 꺼내도.
◆ 김연준> 식사도 같이 할 수 없죠. 그래서 결국은 사회생활을 못하시고 끼리끼리 사시다가 결국은 소록도에 들어오는 게 대부분이고요. 국가 재정도, 소록도에 어떤 혜택도 많아져서 바뀌게 된거죠.
◇ 김현정> 소록도를 모두 기피하고 아무도 안 들어오려고 할 때 들어왔던 파란 눈의 수녀님. 그분들 중 한 분이 마리안느 수녀신데 그분이 28살에 들어와서 43년을 이곳에서 한 평생을 한센인들과 함께하다가 2005년에 고국으로 돌아가셨다가 이번에 다시 들어오시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어요. 그분은 어떤 분인가요?
◆ 김연준> 이분들은 이제 평신도 선교사라고 해서 거의 수도자처럼 사셨죠. 결혼하지 않고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어요, 43년간. 그러다 그분들이 갑자기 떠나신 것은, 더 이상 도움을 줄 수도 없고 체력도 떨어졌어요. 본인들의 노후해서 부담, 더 이상 한센인들을 도와줄 수 없고 한센인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것을 진짜로 부담스러워하셨고 그래서 떠나신 거죠. 그래서 그분들은 빈 손으로 떠나셨었어요.
◇ 김현정> 내가 혹시 나이가 들어서 짐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떠났던 그 길이 이제 2005년이군요. 한 일흔쯤 되셨을 때?
◆ 김연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착각했던 게, 그분들이 노후를 수녀원에서 편안하게 보낼 거라고 생각하고 누구도 그 분들의 노후를 대책을 세워주지 못했어요, 누구도. 그런데 그게 아니었죠.
◇ 김현정> 게다가 암을 앓으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맞습니까?
◆ 김연준> 그렇죠. 한국에서 대장암이 있어서 병원 다니는 것도 되게 어려웠고, 그래서 이제 이 모든 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그렇게 떠났던 분이 병원 100주년을 맞아서 11년 만에 한국에 방문하신건데, 그러면 뭐 이거 동네분들이 잔치를 안 벌일 수가 없었겠네요?
◆ 김연준> 떠났을 때 마리안느를 알았던 분들이 정말 많이 돌아가셨어요.
◇ 김현정> 아, 연세드신 분들은 그렇겠네요.
◆ 김연준> 그런데 이제 그분을 기억하는 분들은 난리죠. (웃음)
◇ 김현정> 난리예요? (웃음)
◆ 김연준> 90세 가까이 된 할머니는 마리안느를 보고 바로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리고 부둥켜 우시면서 내가 마리안느, 마가릿 두 수녀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매일 일부러 떠올리고 있다고,내가 당신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내가 나이를 먹어도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매일매일 이름을 되새겼다, 당신은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런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 김현정> 아흔 가까운 분이신데. 마리안느, 마가릿이라는 말이 이게 어려운 말이거든요. 그런데도 ‘이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내가 매일 그 이름을 불렀다, 어디 갔다 이제 왔냐’ 하셨다는거네요.
◆ 김연준> 네, 그렇죠.
◇ 김현정> 노벨평화상 후보로 우리나라에서 추천할 예정이라고 해서, 이 마리아느 수녀 어떤 분인가 많이 관심을 갖고 계셨는데 이런 분이셨군요. 김연준 신부님, 그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소록도에 남아 계신 분들 아직도 위로가 필요한 많은 분들과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연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소록도 성당의 김연준 신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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