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2015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특별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을 오는 5월 24일부터 6월 12일까지 3주간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국보 78호 상은 6세기 한국에서 제작된 삼국시대 가장 이른 시기의 반가사유상의 대표이며, 일본 주구 사[中宮寺] 상은 한반도에서 전래된 반가사유상을 일본적인 조형으로 승화시킨 7세기 아스카시대의 대표이다.
두 상의 비교 전시는 인도에서 시작된 반가사유상이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역동적인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가 어떻게 펼쳐졌을지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비록 금속과 목재로 재질이 다르지만 반가사유상이라는 독특한 자세의 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양국 조각가의 창의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보살상으로, 출가 전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등장한 반가사유상은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전래되었다.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은 예술적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독존으로도 제작되어 미륵신앙(먼 미래에 중생을 구제할 미륵보살에 대한 신앙)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중요한 예배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반가사유상은 일본에 그대로 전래되어 수많은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국보 78호 상과 주구사 상은 '사유'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를 한일 양국이 어떻게 이해하고 시각화했는지 비교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일본의 나라 현[奈良縣]에 위치한 주구 사[中宮寺]에 소장된 반가사유상은 7세기 후반 아스카시대에 제작된 목조상이다. 마치 두 개의 상투를 튼 듯한 머리 모양에, 윤곽선이 없이 두툼한 눈과 입가에는 살짝 미소를 머금어 명상에 잠긴 모습이다. 상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반면, 높고 큰 대좌 위로 치맛자락이 겹겹이 흘러내린 모습은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의 영향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주구 사 상의 거대해진 둥근 의자와, 상체를 세워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은 일본만의 독창적인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동시대 일본 목조 불상의 주된 재료인 녹나무로 된 11개의 목조 부재를 조합해 제작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구 사 상은 삼국의 영향과 일본 고대 불교조각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으로, 일본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서울 전시가 끝난 뒤 "미소의 부처님–2구의 반가사유상–(ほほえみの御仏 – 二つの半跏思惟像 –)"이라는 제목으로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3주간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