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청년 의원의 당선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배려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당선자(부산 연제구. 39세)
청년 의원이 초토화된 20대 국회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청년 당선자들의 일성은 안타까움이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49.4%, 30대 투표율은 49.5%이다.
20대 투표율은 28.1%(18대)와 41.5%(19대)에 비해 크게 오르고 30대 투표율 역시 35.5%(18대)와 45.5%(19대)에 비해 증가했지만, 이번 총선 2~30대 당선자는 국민의당 김수민(비례대표 7번. 29세) 당선자까지 모두 3명뿐.
청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같은 연령대 의원이 9명이던 19대 국회에 비해 오히려 청년 의원 수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 청년 의원들은 왜 실종됐나?
이처럼 청년 의원이 사라진 배경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경험과 인지도, 선거 재원 등이 부족한 청년 정치인들은 여전히 선거구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
신 당선자는 "이번 선거 유세단으로 활동하면서 '너무 어리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지역구 선거에서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약이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청년은 '설익었다'는 평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당선자도 "청년 후보자는 경력과 경험에서 기성 정치인인 상대 후보에 비해 아무래도 열세"라면서 "선거를 치르려면 물적, 인적 자원이 풍부해야 하지만 청년 후보자들이 이를 고루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보라 당선자는 "제19대 국회 청년 의원들이 '청년 기본법'이나 '고용촉진특별법' 등 청년 이슈와 관련된 법안을 10개 넘게 발의했지만, 정작 통과된 법안은 2~3개에 그쳤다"며 "청년 의원들이 워낙 소수이다보니 제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원내에 진출한 청년 의원들이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었고, 그 결과로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비례대표에서 배제됐다는 해석이다.
◇ 청년 대변하는 제도적 장치 '청년 비례', 정치 공학에 밀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김용철 교수는 "각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로, 청년보다 각 직군 전문가를 공천하는 게 표를 얻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공천과정에서 일었던 파열음이나 야권 분열 등 다른 정치 공학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청년 비례 등에 대한 관심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사평론가 김성완씨는 "지난 총선 때만 해도 더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청년을 위한 콘서트를 여는 등 청년 정치인에 지원을 많이 한 편이었지만, 올해는 당내 갈등에 정신이 팔려 굉장히 중요한 청년층 문제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비례대표는 기성 세대가 지배하는 사회에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청년문제만 있고 청년이 사라진 현실이 국회에서도 재연된 가운데, 청년 당선자들이 '소수정예'의 울림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