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녹초)된 그대에게 보내는 처방전

신간 '너무 성실해서 아픈 당신을 위한 처방전_굿바이 번아웃'

현대사회에 갈수록 늘어가는 번아웃 현상은 결코 개인적인 현상이 아니다. 과연 번아웃 현상은 이 사회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안해 나가는 데 독이 아닌 기회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


"번아웃 환자들은 대개 21세기의 가치관을 충실히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교양과 학식을 두루 갖춘 열정적인 노동자로서 현대적 삶의 양식을 열렬히 수호하며 살아왔다. 현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주당 40시간 이상의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열정적인 헌신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돌연 무너진 것이다."

신간 '너무 성실해서 아픈 당신을 위한 처방전_굿바이 번아웃'은 번아웃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한다.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문명의 질병이다. 번아웃은 수익에 대한 갈증이 불러온 고강도 생산 체제, 가속화된 노동 시간, 보편화된 통제 수단 등 기술적 시스템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피로, 불안,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 비인간화, 무능력한 기분 등 방향 감각을 상실한 인간들 사이의 긴장에 의해 발생한다.

저자 파스칼 샤보는 번아웃이 지나칠 정도로 시스템에 헌신적인 이들이 쉽게 빠져드는 일종의 함정이라고 말한다. "현 시스템에 충실한 자들이 걸리는 질병, 신실한 신도들이 앓는 질환인 번아웃은 '믿음의 위기', 다시 말해 희망을 품었던 자들의 환멸, 어떻게든 열심히 사회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고 그런 사회의 보호 속에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자들이 빠지게 된 어떤 정서적 소진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번아웃은 심리학과 사회학, 그 어느 하나의 영역으로만 국한해서 연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두 학문의 보완을 통해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할 현상이다.

저자는 번아웃이 과거 인간과 노동이 맺고 있던 풍요로운 관계를 앗아 가고, 그 자리에 의미 상실이라는 커다란 공백만을 남겨 놓았으며, 단순히 노동할 능력, 고된 노력에 대한 성취감만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일에 대한 의미마저도 파괴되고, 사라져 버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질병 앞에 이제는 하루 빨리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는 일이 시급해졌다고 말한다. "인간을 더욱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인간을 괴롭히거나 혹은 인간의 한계를 놓고 사기극을 벌이는 모든 시스템은 그 어떤 것도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어느 시대나 인류는 새로운 투쟁을 벌여 왔다. 오늘날 인류에게 부과된 새로운 투쟁의 과제는 자명해 보인다. 이제는 경제·기술 중심의 논리를 본래의 부차적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만 한다. 그리하여 그것들이 좀 더 흥미롭고, 형이상학적이고, 온정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시스템에는 조금 덜 충실할지라도, 내면의 풍경과는 더욱 조화를 이루는 존재의 탄생. 더 늦기 전에 전 인류는 그 단계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번아웃은 언제나 주류 가치관에 대한 반성을 의미한다. 번아웃은 기술자본주의에 회의를 품은 수많은 새로운 무신론자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 (……)

태초의 번아웃은 변신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것은 카타르시스를 지칭했다. 인간은 더 이상 동조할 수 없는 주류 가치, 믿음, 환상에 반기를 들고 대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완전히 벗어던진다. 이 보편적 테마는 언제나 좀 더 진실한 존재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들을 이끄는 안내자 구실을 했다. 가령 철학자, 종교인, 통과의례를 치르는 자, 귀신 들린 존재 등 모든 변화의 길을 가던 이들에게 길잡이 노릇을 했다. 번아웃이란 개념은 이처럼 정신적, 비의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번아웃에 내포된 투쟁의 차원도 바로 거기에서 기인한다.

정서적 소진, 믿음의 상실, 그리고 변신. 번아웃은 처음부터 심리학의 영역을 초월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자기 자신과의 투쟁, 그리고 좌절감을 주는 환경과의 투쟁은 결국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귀결된다. 현 노동 세계에서 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을 살펴보면, 현대의 번아웃 역시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그 요인들 역시 우리의 문명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파스칼 샤보 지음/허보미 옮김/ 함께읽는책/192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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