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에 참가한 1만 2천명(경찰추산 4천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몰아치는 비로 인해 우산은 무용지물이 됐고 노란 우비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시민들은 숙연하면서도 단호한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봤다.
본격적인 문화제에 앞서 방송인 김제동 씨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국회의원) 당선자분들이 많이 오셨다. 국회의원은 300명인데, 세월호 희생자는 304명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배지를 지키는 열정만큼 우리 사회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나라를 지키러 간 것도 아닌데 왜 잊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국가다. X새끼들아"
김씨가 입담을 뽐내는 사이 안산에서 '세월호 2년 기억식' 등의 행사를 마치고 올라온 유가족과 시민들이 합류했고, 행사는 묵념과 함께 시작됐다.
"제20대 국회에 들어가신 분들 중 111분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약속했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약속했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약속을 지키는지 일일이 확인하겠습니다."
이어 '4.13 총선'에서 당선돼 주목을 받은 '세월호 변호사'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당선인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제가 선거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지겹다', '왜 이렇게 길게 끄느냐'고 핀잔을 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말씀대로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무엇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국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 쓰레기 같은 언론, 권력자들의 눈치를 봤던 수사기관들... 이런 문제가 유지되면 세월호 참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참사입니다."
빗줄기는 2시간 내내 세차게 내리꽂혔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설에 집중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특별법 개정하라", "특별검사 실시하라"는 구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4.16연대 박래군 상임운영위원도 무대에 섰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싸움, 오늘 여러분이 보여준 이 열의와 함께 마음을 보아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지금부터 준비합시다. 여러분 6월 투쟁에 함께 할 수 있으시죠?"
박 위원의 질문에 시민들은 "네"라고 외치며 화답했다.
마지막 순서는 단원고 학생 故 남지현의 언니 남서현(25.여)가 맡았다. 그녀는 자신을 '2학년 2반 남지현의 언니'라고만 소개했다.
남씨는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헌법과 인권선언을 낭독하겠다"고 말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젖은 바닥에 앉아 자리를 지킨 시민들은 행사 이후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듯 세월호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을 부르며 한동안 광화문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