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 글을 읽고 있는 유권자들도 조심할 게 있다. '나랑은 관계가 먼 얘기 아닌가' 하지 말라. 가령 당신이 오늘 아침 지하철역에서 건네받은 후보자 명함에 '씨앗'이 붙어 있다면?
당신이 씨앗만 받아도 선거사범이 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낸 '똑똑한 선거법알리미' 제10호를 보면 "씨앗이 자라나 곡식 등 재산상 이익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 제113조는 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출마지역과 관련 있는 사람에게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밥을 사주거나 돈을 쥐어주는 행위는 누구나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이처럼 '씨앗'을 주고받아도 잡혀갈 수 있다니 약간 어리둥절하다.
후보자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간단한 다과나 김밥을 제공받았을 때도 '이쑤시개'로 먹으면 '다과'로 인정되지만 '젓가락'으로 먹을 때는 '식사'로 간주돼 불법이라는 식이었다. 2000원 짜리 김밥을 젓가락으로 먹었다가 과태료를 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혼란스러웠으나, 이내 이 사례는 '오보'로 밝혀져 해프닝으로 끝났다.
◇ 칭찬은커녕, 돌아오는 것은 행정처분 뿐
특정 연령의 투표를 독려하는 것 역시 선거법 위반이다. 실제 임옥상 화백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기간에 트위터로 20대 투표 독려 이벤트를 했다가 행정처분을 받았다. '20대'라는 특정 연령층의 투표를 독려한 것은 공직선거법 제230조에 따라 불법이다.
임 화백은 당시 CBS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이벤트로, 오히려 선관위에서 칭찬을 받을 줄 알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 SNS '좋아요'도 함부로 못 누르는 공무원
일반인보다 공무원은 선거법상 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공직선거법 제85조에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은 SNS에 특정후보를 지지하거나 홍보하는 글을 올릴 수 없다. 한 후보를 응원하는 댓글을 다는 행위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사건을 보라. 공무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관권 선거'의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좋아요'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는 "특정 후보나 정당의 글에 공무원이 반복적으로 '좋아요'를 클릭하는 행위도 선거법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명선거 관계장관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복무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철저히 확립하고 선거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투표 인증샷, 엄지도 브이도 금지
일반 유권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엄지를 치켜세우거나 손가락으로 'V'자 포즈를 그린 투표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 제254조는 선거 당일 투표 마감 전까지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엄지와 'V' 등의 포즈는 각각 기호 1번과 2번 후보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선거법에 유권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정윤범(28)씨는 "이런 식이면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혁(27)씨는 "지나친 규제다. SNS활동에 가해지는 제약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