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29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86-120 패배를 안았다.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우승컵을 오리온에 내줬다.
정규리그에서 KCC는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현대 시절 이후 16년 만이자 KCC로 모기업이 바뀐 이후 첫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한 시즌 농사의 최종 무대인 PO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올 시즌 농구계에서 회자된 "챔프전 준우승은 3위보다 못하다"는 우스갯소리 때문에 더 그럴 수 있다. 준우승팀이 우승컵은 물론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까지 잃게 된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특히 대어들이 쏟아지는 올해 드래프트다.
현행 1라운드 신인 지명은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8개 팀이 우선권을 갖는다. 8개 팀이 무작위로 뽑힌 순서대로 신인들을 지명할 수 있다. 챔프전 준우승과 우승팀은 가장 나중인 9, 10순위 지명권을 갖는다.
올해 드래프트에는 이른바 '빅3'인 이종현(206cm), 강상재(202cm · 이상 고려대), 최준용(202cm · 연세대)이 나선다. 여기에 가드 최성모(고려대)까지 인재들이 많다. 그러나 챔프전 진출팀은 언감생심이다. 우승팀이야 정상 등극의 기쁨이라도 있지만 준우승팀은 아쉬움에 아까움까지 더해질 판이었다.
▲'빅3' 없어도 소중한 자산 "많이 배웠다"
하지만 KCC도 우승 못지 않은 값진 성과를 얻었다. 현재 팀 구성을 감안하면 어쩌면 '빅3' 부럽지 않은 소중한 자산을 안은 것일 수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과 자신감이다. 다시금 KCC 왕조를 일으킬 발판이 될 부분들이다. 이는 감독과 선수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추승균 감독(42)부터 사령탑으로는 첫 PO였다. 현역 시절에야 우승 반지를 5개나 낄 만큼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지만 감독으로 맞는 PO는 또 다를 터였다. 추 감독부터 일단 이번 챔프전은 지도자 생활에 귀중한 자양분이 될 게 분명하다.
특히 KCC 선수단은 대부분 경험이 일천하다. 김효범(33), 신명호(33), 김태술(32), 하승진(31), 전태풍(36) 등을 빼면 PO 경험이 거의 없다. 특히 이제 팀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선수들, 식스맨들이 그렇다. 정희재(27), 김민구(25), 김지후(24), 송교창(20) 등은 올 시즌이 첫 PO 무대다.
이런 가운데 김민구는 챔프전 1차전에서 냉온탕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승부처 천금의 점슛 2방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상대 문태종과 신경전으로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갓 고교 졸업생인 막내 송교창은 천금의 탭슛과 호쾌한 덩크 복수혈전으로 5차전의 영웅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2년차 김지후도 5, 6차전에서 과감한 외곽슛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사실 KCC는 하승진을 보유한 만큼 자칫 이종현 등 장신이 온다면 예전 서장훈(은퇴) 때처럼 포지션이 겹칠 수 있다. 장신보다는 슈터와 식스맨 등 날랜 선수들이 두터워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 이런 부분에서 이번 챔프전은 여러 가지로 KCC에게 의미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승진을 축으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다시금 왕조가 건설될 가능성이 있다.
추 감독은 준우승 뒤 "6강이 목표였는데 정규리그 1위를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면서 "챔프전이 아깝지만 나와 선수들 모두 많은 경험을 했고 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3년 하위권 있던 팀인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패배의식을 떨쳐버렸다"면서 "비시즌 때 식스맨들을 더 단련시키고 송교창, 김지후 등이 더 잘하도록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경험이 자신"이라고 강조한 추 감독과 KCC의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