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위안부' 할머니의 시간을 붙잡고 싶습니다 ② "여러분 보세요. 역사의 산 증인 이용수가 있습니다" ③ "일본 사과 받아야 편하게 갈 수 있을텐데…" ④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웃었습니다" ⑤ 할머니, 우리가 함께 기억 할게요 |
◇ "내가 그랬어요? 도통 기억이 없네요"
지난 2월 29일, 완성된 3D 피규어 모형을 길원옥 할머니께 전달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쉼터 '평화의 우리집'으로 찾아갔다.
막 점심 식사를 끝낸 할머니께서는 방에 앉아 TV를 보고 계셨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그간 안부를 물었지만 할머니께서는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쉽게 기억하지 못하셨다.
우리는 할머니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찾아 드리기 위해서 준비한 선물을 보여드렸다.
피규어를 보시자 할머니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당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피규어가 신기하셨는지 이리저리 돌려 보셨다.
소중한 인형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시는 할머니. 어디에 놓을지 고민하시시더니 머리맡에서 가장 가까운 TV 앞에 모형을 올려 놓으셨다.
기분이 좋으신지 길 할머니의 입에서는 어느새 노래 한 곡조가 흘러나왔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간 그 님은 어데로(어디로) 갔나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사람들에게 기억할만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선물을 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많이 늦었지만 오늘 우리는 길원옥 할머니의 지금 모습을 피규어로 만들어 기록해 놓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피규어 모형을 보자마자 어린아이가 된 것 처럼 호기심이 발동했다.
여성인권활동가로 활동하시는 할머니께서는 UN 본부 등을 방문해 '위안부'와 관련된 내용을 증언을할 예정이었다.
지난번 촬영 당시 꼭 미국에 3D 피규어 모형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나 우리는 '깜짝 선물'을 들고 3월 7일 할머니가 계신 대구로 향했다.
"아이야~ 너무 신기하고 마음에 들어요. 진짜 좋아요"
"야 용수야! 니가(네가)? 내가 니고(너고)?
보니까 너는 예쁘다. 나는 안 예쁜데…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 200살까지.
학생 여러분! 여러분이 고생 많이 하고 힘을 주고 있는데,
여러분 이걸 한번 보세요. 내 모습이 이렇습니다.
지금 젊잖아요? 나이 얼마 안 됐어요.
인권투쟁가로서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일본과 싸워서 이기겠습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마친 할머니께서는 피규어 '이용수'를 한 손에 꼭 쥐고 미국으로 가는 여행길에 올랐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저희도 조그맣게 중얼거려 봤습니다.
"피규어야, 이용수 할머니의 분신이자 수호신으로서의 역할을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