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별 구분은 이전에도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파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좌석별 구분이다. CGV는 영화관의 좌석을 '이코노미존'(Economy Zone), '스탠다드존'(Standard Zone), '프라임존'(Prime Zone) 세 단계로 구분하고, 스탠다드존 가격을 기준으로 이코노미존은 1천원 낮게, 프라임존은 1천원 높게 책정했다. 일반관에서는 스크린과 가까워 영화를 전체적으로 즐길 수 없는 앞좌석이 주로 '이코노미존'으로 지정됐다.
CGV 측은 "스크린과 가까운 앞쪽 자리의 관객 선호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관람료를 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했다. 가격 다양화를 통해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시야가 불편한 앞줄은 가격을 내리고 관람하기 편한 뒷줄은 그만큼 가격을 인상했다는 얘기지만 관람료 꼼수 인상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앞자리 좌석을 선택하는 관객들이 적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실질적인 가격 인상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관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오후 시간대 프라임 존 가격 인상은 이익 극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CGV를 자주 애용하는 20대 후반 여성 관객 A 씨는 "앞자리 좌석 가격을 변동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나머지 좌석에 대해 왜 등급별로 가격 차등을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미 CGV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프리미엄관이 있는 이상, 일반관까지 좌석별로 가격 차등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A 씨는 "사실 앞자리 좌석도 가격을 내릴 것이 아니라 스크린에 최적화되도록 극장을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엄관이 잘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관 관객들에게 가격 인상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특히 극장이 매번 주장하는 '질 높은 서비스' 대비 '낮은 표 가격'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정으로 관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지금 관객들은 직원들의 친절함이나 스크린 기술의 진보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서비스가 아니라 극장이 보다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길 원한다. 가장 기본적이고도 본질적인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격 정책은 납득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동진 영화 평론가의 이야기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논란의 핵심이 '가격 인상으로 인한 관객 혜택의 여부'에 있다고 봤다. 다양한 영화를 보려는 관객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가격 인상 후에도 관객들이 체감하는 혜택은 전무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오 평론가는 "관객 서비스로 환원되는 것은 팝콘의 질이 좋아지느냐가 아니라,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국내 멀티플렉스들은 하드웨어적인 시설 투자를 어마어마하게 하면서 적자를 자초하고 있다. 그들이 충족시켜야 할 관객들의 욕구는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려는 욕구다. 그런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 중심에 없는 공급자 위주의 사고는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극장 요금은 택시나 사우나 요금처럼 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고, 가격 저항이 높은 요금 중의 하나다. 그만큼 극장이 대중적인 문화 생활 공간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동진 평론가는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요금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대중을 납득시켜야 한다. 극장은 대중적 공간임과 동시에 대중이 합의된 돈을 내고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어 낸 곳이다. 그런데 멀티플렉스의 운영 방식은 너무 일방적이고,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적다"고 말했다.
CGV는 현재 이 같은 여론을 인식하고 관객들의 입장을 다방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추진 단계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인상 효과가 높지 않고, 가격 충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CGV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모니터링하면서 살펴보고 있다. 한달 정도는 지켜보고, 전반적으로 의견을 다시 수렴해서 세부적인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체된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극장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표 가격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3년 째 한국 영화 관객이 2억 명에서 늘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보다 세분화된 마케팅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번 가격 정책은 하나의 시작점이고 연령대에 맞는 할인, 추가 할인 등 후속적인 마케팅 활동들이 계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