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아트하우스마저 자릿값 올려…납득 안 돼"

(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J CGV가 당장 3일부터 적용하는 '가격 다양화' 확대책이 "영화값 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에 직면한 가운데, 이를 CGV 내 예술·독립영화 전용관인 '아트하우스'에까지 적용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2일 CGV 사이트를 통해, CGV오리점 내 아트하우스에서 이날 오후 7시 20분 상영 예정인 '사울의 아들'을 예매했다. '일반' 관객 기준으로 모두 110석 규모의 극장 A~K열 어느 곳을 지정해도 가격은 9000원이다.

이번에는 이곳에서 이튿날인 3일 오후 9시 45분에 상영하는 같은 영화에 대해 동일한 조건으로 예매를 진행했다. 그런데 전날 표를 예매할 때와 달리 A~B석이 오렌지색, C~E열과 K열 양 끝 일부는 초록색, F~K열 중앙은 빨간색으로 구분 돼 있다. 오렌지색 좌석에는 '이코노미 존', 초록색에는 '스탠다드 존', 빨간색에는 '프라임 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격은 이코노미 존이 8000원, 스탠다드 존이 9000원, 프라임 존이 1만 원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기 편한 자리로 꼽히는 뒷좌석 대다수는 프라임 존으로 지정돼 값이 오른 셈이다.

20대 후반의 한 영화관객은 "CGV 아트하우스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영관이 작은데, 굳이 아이맥스관이나 일반관과 동일하게 좌석 구분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그 효용성에 대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위한 꼼수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CGV는 지난달 26일 "좌석별∙시간대별로 관람료를 세분화한 가격다양화 제도를 3월 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좌석별로 스탠다드존을 기준으로 이코노미존은 1000원 낮게, 프라임존은 1000원 높게 값을 매긴다는 것이다.


주중 상영 시간대의 경우 기존 '조조' '주간' '프라임' '심야' 4단계에서 '모닝(10시 이전)' '브런치(10시~13시)' '데이라이트(13시~16시)' '프라임(16~22시)' '문라이트(22시~24시)' '나이트(24시 이후)' 6단계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CGV의 예술·독립 영화 전용관인 아트하우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CGV 측은 2일 "상영관 조정상 아트하우스만 별개의 다른 기준을 적용해 운영할 수는 없다"며 "아트하우스 영화를 즐겨 보시는 분들은 평일을 활용하면 보다 유리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GV가 아트하우스에 예술·독립 영화 전용관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기는 했지만, 그동안 실질적으로 이곳을 일반 상영관과 별 차이 없이 운영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만큼 이번 가격 다양화 확대책에 아트하우스가 포함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 씨는 "좋은 예술·독립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일반관에 걸어야 할 '이터널 선샤인' 등 재개봉 영화를 틀어 수십 만 관객을 모으는 게 CGV아트하우스의 현실"이라며 "아트하우스 역시 독점적 멀티플렉스 체인망 구도에 들어가 있는 상영관일 뿐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까지 멀티플렉스들은 관객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운영방식을 보여 왔고, 이번 가격 다양화 확대에서도 관객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포장만 하는 데 급급했다"며 "이러한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적자 규모를 솔직하게 공개하는 등 관객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양쪽의 합의 아래 꾸려가는 문화적 공간으로서 극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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