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부위원장, 아이폰 잠금해제 논란에 '뒷문 설치' 강력 반대

"보안기능 뒷문 만들면 전자투표나 전자금융 신뢰도 깨진다"
업계·NGO 인사 아닌 최고위급 관료의 애플 지지여서 주목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부위원장이 스마트폰 보안기능 해제 논란과 관련, 미국 정부가 아닌 애플의 입장을 분명하게 지지했다.

안드루스 안시프 '디지털 단일 시장' 담당 집행위원 겸 부위원장은 유럽 전문 매체 유랙티브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이 됐든 암호 시스템에 뒷문을 만드는 일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23일(현지시간) 이 매체가 전했다.

이는 테러범 소지 아이폰의 암호 잠금 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수사 당국 등 간의 공방이 미국 안팎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IT업계나 시민단체 인사가 아닌 EU 최고위급 관료가 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유랙티브가 '애플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안시프 부위원장은 일단 "특정한 분쟁 사례를 언급하고 싶지 않고, 이 사안의 처리는 미국 당국들에 달린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이 분야와 관련한 내 생각은 잘 알려졌다시피, 신원(ID) 확인 시스템의 토대인 암호 시스템에 어떤 뒷문도 설치하는 것에 강력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우파 정당 소속으로 2005년부터 10년 동안 에스토니아 총리를 지낸 그는 에스토니아가 운영 중인 전자투표제도는 정부가 보증하는 강력한 단일 디지털 신원확인 체계에 바탕한 것이며 이 체계의 기반은 신뢰받는 암호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만약 암호시스템에 약간의 뒷문들이 있고 누군가 그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열쇠들을 갖고 있다면 누가 전자투표를 신뢰하겠냐"면서 "이는 전자금융 등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도 애플 등 IT 업체에 보안기능 해제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안시프 부위원장은 "애플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수사·정보당국들의 부정확한 정보에 바탕한 시각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누군가 작년 11월 파리 테러분자들이 고도의 암호시스템을 사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얘기했으나 이제 와서 보니 그런 증거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파리 테러범 가운데 한 명이 소지했던 모바일 덕택에 우리는 이들이 공개된 텍스트 메시지 시스템을 사용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이 세상 모든 나쁜 일에 책임 있다고 비난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는 모든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안전을 제공하면서도 데이터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해야 하며 이런 정책 목표들 간에 상호 모순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시프 부위원장은 이른바 구글 등이 추진하는 '커넥티드 자동차'의 예를 들며 이런 사물 인터넷의 기반인 강력한 암호시스템에는 뒷문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게 내 생각이지만 미국 정부와 논쟁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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