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꾸자’는 앵그리 아메리칸들이 부러운 이유

앵그리 아메리칸들이 정치적 ‘아웃사이더’들에게 열광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인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주인공이다. 부동산 갑부에 사회주의자인 이들 두 후보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 공화당 드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버니 샌더스 (사진=공식트위터 갈무리)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1일 아이오와에서 치러진 첫 예비경선에서 줄곧 선두였던 여론조사와는 달리 2위로 내려앉으면서 거품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 예비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오는 9일 두 번째 예비경선이 치러지는 뉴햄프셔에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경쟁후보인 ‘테드 크루즈’를 큰 격차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역시 1위다. 그는 인종·성차별주의자라는 오명을 쓰고 있고 ‘막말’을 쏟아내는 포퓰리스트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후보가 돌풍이다. 그는 정치신념 때문에 오랜 동안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해온 사회주의자다. 급진개혁가로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그를 두려워한다. 과감한 개혁과 부의 균등한 배분을 역설하기 때문이다. 75세의 고령이지만 그를 가장 뜨겁게 지지하는 층은 2~30대 청년들이다. 그 역시 1일 아이오와에서 치러진 예비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0.2% 차로 아슬아슬하게 졌다.

두 사람 모두 1차 예비경선에서 패했다. 그럼에도 공화당 ‘트럼프’와 민주당 ‘샌더스’가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앵그리 아메리칸들은 이들 두 후보가 내놓은 정책과 비전 그리고 비판에 공감하고 환호한다. 두 후보로부터 태풍처럼 불어오는 강렬하고도 거침없는 사회변혁의 목소리가 즐겁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보수층은 오랜 경기침체와 정치권의 무능에 염증이 나 있는 상태다. 그가 부자인 것도, 독선자인 것도, 독설가인 것도 중요치 않다. 그가 대통령이 되든 안되는 관계없다. 그가 미국사회를 향해 내뱉는 거친 말과 행동이 거슬리지만 대리만족을 얻는다.


진보층은 ‘샌더스’가 급진적인 정치개혁을 말하고 사회주의 사상을 지닌 위험한 인물이라 해도 개의치 않는다. 젊은이들은 ‘샌더스’를 통해 미국사회와 워싱턴이 새롭게 바뀌기를 꿈꾼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상위 1%가 독점한 부를 대다수 하위 계층에 공평하게 재분배하는 정책에 환호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든 안되든 관계없이.

‘억만장자의 막말’과 ‘사회주의자의 위험한 이념’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두 후보의 정책과 정치철학은 흔들릴 줄 모른다. ‘트럼프’가 극우보수 성향의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낼 때마다 지지자들은 그의 말에 쾌감을 느낀다. 불법이민자를 강제추방하고 무슬림은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위험한 발언에 환호한다. ‘샌더스’가 부자만을 위한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외치면 지지자들은 손을 흔들어 화답한다. 대학교육은 무료여야 한다든지,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 과세를 부여할 것이라는 공약에 열광한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꿈에 부합하는 '별난' 정객(政客)이 등장했을 때, 그를 통해 변혁을 이루고자 하는 심리가 팽배해진다. 이윽고 투표를 통해서 시민의 뜻을 확실하게 결집시키고 그것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만인 앞에 또는 권력 앞에 증명하고 싶어한다. 투표소에서는 타 후보를 찍을지라도 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0년 7월 공산당 간부들에게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水能載舟 亦能覆舟)"면서 "권력은 인민을 위해 부여된 것으로, 그런 용도로 쓰여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주석도 권력은 대중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고 대중을 우선시한다.

미국 시민들 역시 대통령선거 예비경선을 통해 유권자들이 '배를 띄울 줄도 알고 엎어 버릴 줄도 아는' 프로라는 것을 국가권력과 두 정당에게 보여준다. 여론을 통해 하나의 배를 띄우고, 투표소에 가서는 다른 배를 띄운다.

국회의원 선거가 가까운 대한민국에서 배를 띄우는 쪽은 청와대와 여·야 정당같고, 엎어 버리는 것은 검찰 몫처럼 보인다. 국민들은 선거철만 되면 정당 내지는 정치인의 들러리가 됐다가 본전도 못 뽑고 흩어진다. 앵그리 아메리칸들이 부리는 '정치 쇼'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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