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이 더 허술해…펜스 하나만 넘으면 밀입국

인천공항 자동출입국심사대를 몰래 통과해 현재까지 행방이 오리무중인 베트남인 N씨를 법무부와 경찰이 뒤쫓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 있는 항만도 밀입국과 불법 잠입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국제 항만인 인천항여객터미널과 평택항여객터미널을 둘러본 결과 항만 관계자와 주변 어민들은 마음만 먹으면 불법 밀입국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항은 중국 천진과 대련, 청도, 연태 등을 오가는 여객선이 운항하는 곳으로 하루에도 3000-4000명의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해안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평택항 역시 산동성 용안항과 위해항, 강소성 연운항 등을 오가는 국제 여객선과 화물선이 모여드는 곳이다.

지난해 박민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인천항에서 발생한 보안사고는 966건에 달했다.

관세법 위반이 522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무단하선 등 출입국 관리법위반도 353건에 달했다.

평택항 역시 지난해 중국 선원 3명이 컨테이너선을 통해 입항한 뒤 몰래 입국하는 등 보안사고가 잇따랐다.

인천항 인근에서 낚시점을 운영하는 장모(73)씨는 "많은 배들이 드나들지만 경찰이나 법무부 직원들이 모든 곳을 지킬 수는 없다"며 "인천항 주변에도 허술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선사 관계자 서모(59)씨는 "입국심사대가 아니라 공해상에서 접선해 사람을 실은 뒤 항구로 들어와 풀어버릴 수도 있다"며 "평택, 군산항은 인천보다는 감시가 덜해 과거부터 마음만 먹으면 밀입국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에서 온 승객들은 배에서 내려 심사장으로 이동한 뒤 입국심사를 받는다"며 "하지만 하루에 수천명의 승객들을 꼼꼼하게 일일이 살펴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평택항 화물부두도 밀입국이나 불법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민간경비업체 관계자는 "평택항은 규모에 비해 밀입국 등을 관리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마음먹고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은 경찰도 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항만 내에서 입국시스템을 통과하지 않고 불법 입국을 시도할 경우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인력과 감시장비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20년 넘게 중국을 오갔던 무역상 양모(69)씨는 "평택항은 주변에 둘러쳐진 수 km의 펜스를 몰래 넘어버리면 된다"며 "특히 입국심사대로 이동하면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중간에 숨었다가 펜스를 넘을 경우 잡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평택항 보안요원은 "항만에는 CCTV와 보안요원이 아무래도 공항보다는 덜 설치되거나 배치돼 있다"며 "특히 사방이 뚫려 있는 한개 부두 전체를 보안요원 6-7명이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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