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청소노동자들에 의정갈등 '불똥'…"경영난에 임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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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장기화…서울 주요병원 비상 경영체제 돌입
청소 노동자들, 근무시간‧수당 감소로 "월급 줄었어요"
간호사들은 "무급 휴가 사용 강요받아"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의료인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한 의료인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전공의 이탈에 따른 진료·수술 축소가 주요 병원들의 경영난으로 비화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병원 청소 노동자의 임금 삭감 등 근로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른 내부 혼란 기류에 대해 병원 측은 선을 긋고 있지만, 현장 청소 노동자는 물론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현실적 고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8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주요 의과대학 수련병원인 A병원은 지난 3월 청소 용역 업체에 "인력 운영 효율화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자에는 "비상 경영 체제가 선포돼 부득이하게 협력 업체의 업무 또한 비슷한 상황으로 운영이 필요하다"며 "인력 효율화 부분 중 주 5일제 근무로 전환, 결원 인력 채용 보류, 연차 적극 활용은 당장 운영 가능한 사안으로 생각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청소 노동자들은 이 업체가 병원의 '인력 효율화 정책'에 협조하면서 이번 달 손에 거머쥔 임금이 감소했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A병원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B씨가 공개한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면, B씨의 3월 급여는 약 268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급여는 한 달 만에 37만 원이 줄어 약 231만 원이었다.
 
같은 병원의 4년 차 청소 노동자 C씨도 한 달 사이에 월급이 10만 원 넘게 줄었다고 밝혔다. C씨는 "전공의가 빠져나가고 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업무가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주말 근무 시간이 줄었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달 월급이 15만 원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새봄지부 김진영 분회장은 "입원 환자가 머무는 병동은 주말 등에도 운영되기 때문에 A병원 청소 노동자들은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주말 근무를 하루씩 했지만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한 이후 주말 근무가 없어졌다"며 "평일 연장 근무를 1시간 하던 것도 없어져서 급여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이 안 그래도 낮은 수준이었는데, 의정갈등 사태 이후로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교수들의 주1회 휴진까지 장기화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서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 분회장은 또 "회사에서 '일이 없으니 연차휴가를 쓰는 게 어떻겠냐', '알아서들 휴가 좀 쓰셔라'라는 말을 해서 여러 노동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연차휴가를 쓰고 있다"며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면 임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인데, 노동자들에게는 원하는 때에 휴가를 쓸 권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청인 A병원 측은 협력업체의 인력 운영에 대해 "지시할 수 없는 구조"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A병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협력업체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담당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상 경영 체제 이후) 인력 운영 부분에 대해서 병원 측이 파악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증언대로 전공의 이탈 사태가 길어지면서 '빅5 병원' 등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경영난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각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영 실적은 전공의들이 사직을 시작한 2월 말 이후로 악화해 하루 10억 이상의 적자가 나고 있다"며 "교수들 역시 사직과 주 1회 휴진 등에 동참하면서 병원 경영난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노동조건이 나빠진 이들은 병원 청소 노동자뿐이 아니다. 전공의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도 무급 휴가를 사용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D씨는 "병원 인사팀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게시판에 '무급휴가를 사용해 달라'는 내용으로 공지를 내보낸 이후 3월부터 이달까지 동료들이 무급휴가를 쓰고 있다"며 "저도 한 달에 이틀 무급휴가를 네 차례 사용했고, 다음달에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D씨는 "무급 휴가를 사용하면 실질적으로 임금은 그만큼 깎이는 셈"이라며 "간호사들은 무급 휴가 사용 강요 뿐 아니라, 의사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다른 병원 현장에 투입되는 등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도 견디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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