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무단 결석을 '큰 일'로 생각하는 평범한 부모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아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인천 11살 소녀 학대 사건' 이후 교육 당국이 부랴부랴 파악한 국내 7일 이상 장기결석 초등생은 220명에 달한다.
무단 결석생 중에 질병을 앓고 있거나 해외 출국이 확인된 경우는 뺀 숫자다.
학교에 나가지 못한지 여섯달 만에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행에 희생된 부천 초등학교 1학년생의 사례도 뒤늦게 이 220명의 행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참극이다.
인천의 경우 소재와 안전 여부 확인이 필요한 장기결석 초등생 21명을 최근 학교와 사회복지공무원이 합동으로 수소문한 결과 12명이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9명은 학교가 자체 소재 파악이 한계에 부딪히자 경찰에 신고했다.
무고한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 등 범죄의 희생양이 된 이후 쏟아져 나온 관계 부처의 '결연한' 공조 의지는 금방 효과를 나타냈다.
학교 측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사라진 초등학생들을 며칠 안에 척척 찾아냈고 신고 당일 소재를 파악한 경우도 있었다.
학교에 뚜렷한 이유를 알리지 않고 몇 달씩 나오지 않은 사정은 다양했다.
A초등학교 4학년생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등교를 거부해 결석하는 경우였다.
이 학생은 이혼한 어머니와 살면서 홈스쿨링으로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B초등학교 5학년생도 부적응 때문에 인천의 초등학교에 알리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집에서 공부하는 상태였다.
이중국적자인 C초등학교 2학년생의 경우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다가 부모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사설 학원에 다니게 하고 있었다.
경찰이 소재를 찾아낸 결석생들은 상당수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였다.
다행히 범죄에 노출되거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없었지만 여기에는 '아직은'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경찰이 찾아낸 D초등학교 6학년 결석생의 경우 어머니와 함께 모텔을 전전하는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것이 확인돼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다.
아이들이 무사한 건 반가운 일이지만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는 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감수해야 하는 건 경찰관들도 교사들과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학교가 결석생의 행방을 찾지 못해 경찰이 개입한 경우에도 범죄 피해가 의심되지 않으면 보호자로부터 '남의 가정사에 왜 간섭하느냐'는 항의가 돌아온다"면서 "최근 결석생 관련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에는 경찰도 부모에게 자녀를 학교에 보낼 것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기존의 교육시스템은 학교와 교사의 권한이 미약해 결석아동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부모의 처분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열성적으로 결석아동의 행방을 쫓는 교사들은 이를 간섭으로 여기는 부모들로부터 신변의 위협마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취학 의무 이행을 독려받고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 의무교육 대상자의 의무교육을 방해한 자, 학생을 입학시키지 않거나 등교나 수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한 자'에게 교육감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과태료 부과 사례는 전국적으로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생, 학부모에 대한 교사의 권한을 강화하고 학부모 상담을 활성화하기 위해 학부모 유급 휴가제, 상담 의무제 도입과 같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