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포뮬러’ 접고 이란 모델 차용…요동치는 북핵 해법

압박 일변도 5자회담은 이란식 해법…폐쇄경제 北사정과 판이하게 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정부업무보고(외교안보분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거론함에 따라 북핵 해법과 대북정책 기조에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불쑥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한 뒤 5자회담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5자회담은 얼핏 보기에 6자회담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본질적 차이가 있다.

6자회담은 북핵 해결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유관국 간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5자회담은 이 가운데 대화의 한 축을 배제함으로써 나머지 당사국들에 의한 일방적 결정이란 함의를 지닌다. 무게중심이 대화에서 압박·제재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사진=황진환 기자)
5자회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요 외교업적으로 평가되는 이란핵 타결의 해법을 모델로 삼은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핵과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적용이 불가능하거나 큰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해 4월 이란핵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북한과 이란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이란은 핵 개발 단계에 머물렀던 반면 북한은 4차례 핵실험으로 실질적인 핵 보유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이란이 경제는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반면 북한은 폐쇄적 독재국가라는 점도 제재·압박의 효력을 상대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란의 경우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일치된 목소리와 일관된 행동을 보여 타결에 이른 데 반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국제공조의 틈새가 열려있다.


이밖에 이란핵의 경우는 이스라엘이 핵시설 타격을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핵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한 반면 북핵은 ‘전략적 인내’란 미명 하에 사실상 방치돼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단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은 이란에 적용된 해법이 이미 핵실험을 네 차례나 단행해 핵능력을 고도화한 북한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5자회담은 중국과 러시아의 기존 태도에 비춰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과의 사전적인 ‘탐색적 대화’(exploratory talks)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5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꺼려왔다.

이에 따라 우리 측 6자회담 대표는 각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연쇄협의 방식을 택해야 할 정도로 중국 등의 거부감은 강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을 (한미일이 원하는 수준의) 안보리 제재에 동참시키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며 “실현 가능성과 방식 자체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이런 점을 의식해 “실현될 경우 북한에 대해 실질적으로나 상징적으로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 단계에서 각국의 반응이 어떨지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5자회담 추진은 대화와 압박 투트랙 전략에서 압박 일변도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내걸었던 북핵 해법인 ‘코리안 포뮬러’(한국 방식)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코리안 포뮬러는 2014년 8월 윤병세 장관이 처음 언급한 것으로 구체적 내용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다만 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의 선행조치로서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가동 정지와 동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심차게 추진된 한국식 해법은 제대로 가동조차 못해본 채 이란식 모델을 차용하게 된 셈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