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싹쓸이?…'조경태' 잃은 낙동강벨트의 운명은

與, 18석 석권 기대…野 태연 속 불안 ‘문재인 구원등판론’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조경태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입당식을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부산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21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적한 조경태 의원 때문이다.

조 의원은 부산 사하을에서 17대부터 19대까지 내리 3선을 하며 새누리당의 텃밭에 더불어민주당의 교두보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19대 국회에 입성한 문재인 대표와 함께 더민주 낙동강벨트의 핵심 고리 역할도 해왔다.

그런 조 의원의 입당은 새누리당으로서는 여간 호재가 아니다. 12년간 내줬던 고토(古土)를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되찾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3선 중진이 우리 당에 온 것은 큰 힘이 된다”면서 조 의원을 박수로 환영했다. 한 중진의원은 “18석 싹쓸이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에서 거세게 불었던 낙동강 벨트의 야풍(野風)이 한풀 꺾일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하갑에서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45.14%)는 민주통합당 최인호 후보(41.61%)에 3.53%p, 2380표 차로 승리했고 부산진갑의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39.52%)는 민주통합당 김영춘 후보(35.76%)를 3.76%p, 3598표 차로 눌렀다.

새누리당 박민식(부산북·강서갑), 서용교(부산남을), 김도읍(부산북·강서을) 후보는 민주통합당 전재수, 박재호, 문성근 후보에게 각각 4.79%p, 7.9%p, 7.92%p로 이겼다.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50.65%,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49.34%로 1.31%p의 접전이 벌어졌다.

이같은 토양에서 강력한 적장이 넘어온 것은 새누리당에 심리적인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부산의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조 의원의 이적은 부산 지역 여당 후보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반색했다.

재선의 나성린(부산진갑) 의원은 “낙동강벨트의 두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야당의 총선 동력이 많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초선의 서용교(부산남을) 의원도 “조 의원은 무소속으로 나와도 될만큼 경쟁력이 있다”면서 “부산 서부 지역이 안정되면서 부산 전체의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58.19%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안준태 후보를 16.39%p 차로 여유있게 따돌렸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기류는 미묘하다. 표면적으로는 ‘앓던 이가 빠졌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더민주 김영춘 부산시당위원장은 "조 의원은 부산시당 행사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명인간 취급을 해왔다"면서 “그 지지자들도 사실상 새누리당 지지자들이었기 때문에 총선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강도 높은 비난도 함께 내놓으면서 불안한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이날 부산시당은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조 의원 영입에 관여했다고 지적하면서 “청와대 기획, 김무성 감독, 조경태 주연의 막장·저질 드라마”라며 “조경태가 진박이냐”라고 맹비난했다.

한 부산 지역위원장은 “조 의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더민주가 부산에서 현역 의원을 모두 잃었다는 것이 ‘팩트’”라며 “18석 중 목표인 6석은 커녕 여당에 모두 싹쓸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만은 아니다”라고 걱정했다.

부산이 고향인 국민의당(가칭) 안철수 의원이 자신을 비롯해 경쟁력 있는 진용을 구축에 부산 공략에 나설 경우를 상정하면 머릿 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에 따라 더민주는 낙동강벨트 전열 재정비와 함께 문 대표의 부산 출마 카드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문 대표의 측근인 진성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문 대표의) 기본 입장은 불출마이지만 당의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산 출마의 길을 열어놓았다.

김영춘 시당위원장도 "문재인 대표에게 불출마 철회를 계속 요구해왔다. 결정은 문 대표의 몫"이라고 밝혔다.

유리한 구도 선점에 성공한 새누리당도 불안 요소는 있다. 조 의원 지역구인 사하을의 예비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당내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은 최고위원회의장을 찾아와 “후안무치의 극치이자 꼼수정치의 대표적 사례”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조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출마 지역구가 자연스레 사하갑으로 결정되면서 더민주는 물론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더민주 최인호 사하갑위원장은 “허 전 시장은 서부산 홀대의 주범으로 주민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은 “주민들의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바뀌어 칼이 되어 돌아올 것이 뻔하다”며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박민식(부산북·강서갑)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8석중 16석을 가진 부잣집에서 마지막 남은 한 곳까지 ‘다 독식해야 되겠냐’ 이런 반발심리가 있다”며 “자칫 오만방자한 언동은 치명적인 역풍을 맞는다. ‘부산은 새누리가 싹쓸이한다" 이런 택도없는 말은 절대 하지 말고 섣불리 샴페인 터뜨리지 말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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