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4일이 지난 12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연례적인 동계훈련을 진행 중인 것 외에 특이 동향을 딱히 없다. 전방부대 일부에 전력배치가 증강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동계훈련 연계활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
소출력 대남 확성기 가동 정도가 새로운 동향일 수 있으나, 이마저도 우리 측 대북 확성기를 무력화시킬 위력까지는 안된다. '대남 심리전을 개시한다'는 등의 공식 선언조차 없이 조용히 '맞불 확성기'를 가동한 점도 이전까지의 군사적 대응치고는 소박해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북한군은 지뢰도발 조사결과 발표 및 대북 확성기 방송 개시로부터 정확히 4일 뒤 공식 반발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증거 동영상이 없다면 '북 도발'을 입밖에 꺼내지 말라"고 했고, 북한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는 "확성기 방송은 무모한 군사적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2013년 2월 3차 북핵실험 직후 상황에 비춰봐도 최근 북한의 행태는 대조된다. 우리 군은 즉각 대응하지 않았지만, 한 달 뒤 한미 연합훈련 '키 리졸브' 때 미군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를 한반도 상공에 띄운 바 있다.
당시 북한은 'B-52 무력시위' 바로 다음날 "B-52가 재출격하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외무성)이라거나 "극악한 도발"(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며칠 뒤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1호 전투근무태세'를 하달했고, "이 시각부터 북남관계는 전시 상황"이라는 '공화국 특별성명'도 나왔다.
이같은 차이는 북한이 4차 핵실험 실시 자체로 충분히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전 국면에서는 다른 목적을 위해 군사적 긴장고조라는 수단이 필요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대북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이나 남북 군사회담 실시 요구가 좌절되자, 북한은 각각 3차 핵실험과 지뢰도발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 했다. 물론 뜻대로 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반해 이번 4차 핵실험에서는 북한이 '우리는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하는 것 자체로 목적을 달성했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가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조기' 추가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는 상황이 길게 갈 것"이라며 "남북 모두 최고수준의 전투 준비태세로 대치한 지난해 8월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뢰도발을 부인했던 북한이 이번은 핵실험을 시인했고, 국제 동향을 살펴야할 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