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A양이 친아버지로부터 성학대를 받기 시작한 건 9살 때부터였다.
아버지 B(51)씨는 A양을 무릎에 앉히곤 몸 이곳저곳을 만졌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애정표현의 범위를 넘어섰다.
모텔로 데려가 목욕을 시키며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도 했다.
학대 장소는 아버지의 직장으로까지 확대됐으며 그 정도도 과감해졌다.
2011년 학대사실을 알게 된 A양의 어머니는 남편을 고소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얼마지나지 않아 이를 취하했다.
중학생이 되고서야 자신이 친아버지로부터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걸 깨달은 A양은 "아빠를 처벌해달라"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서야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B씨는 결국 미성년자인 딸을 수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청구한 친권상실도 법원이 받아들여 '부모 자격'을 빼앗겼다.
학대가 시작된 지 6년만의 일이다.
A양은 현재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른에 대한 불신에 떨고 있다. 스스로를 공부로 혹사하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C(54)씨는 중학생 아들 D군을 수시로 때렸다. 훈육이라고 하기엔 D군의 고통이 너무 컸다.
영어를 잘 못한다며 소주병으로 아들 머리를 내리쳤고, D군의 귀는 찢어지고 왼팔 근육이 파열됐다. 쇠젓가락으로 아들의 뒤통수와 어깨를 내리찍어 두피가 찢어지기도 했다.
D군이 막 태어났을 땐 아들을 베란다 창문 밖으로 던지려했던 아버지다.
수년간 학대는 지속됐으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D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자 그때서야 친척들이 아버지를 신고했다.
검찰은 C씨를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친권행사가 불가할 것으로 보고 친권상실도 함께 청구했다. 법원은 C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친권상실 청구도 받아들였다.
30일 수원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된 이후 심각한 아동학대범에 대해 친권상실 청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례법상 아동에게 중상해를 입히거나 상습적으로 학대를 가했다면 검사는 의무적으로 친권상실을 법원에 청구해야 하며, 그 이외도 적절한 친권행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생명의 위협이나 재학대 우려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인 친권상실 적용사례는 미미하다.
작년 한 해 경기도 아동학대의심 신고는 총 3천751건이며 수원지검 관할 지역(수원·용인·화성·오산)에서만 672건이지만, 검찰이 친권상실을 청구해 박탈된 사례는 단 2건이다.
전문가들은 친권상실만이 능사는 아니라면서도 우리사회가 이제 아동학대범에 대한 보다 엄격한 인식과 사회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동학대에 엄격한 미국은 친권상실과 가정위탁 제도가 활발하지만 우리사회는 가정위탁에 나서는 지원지가 많지 않고, 가해자라도 부모와 자식을 법으로 떨어트려놓는 데 관대하지 않은 편"이라며 "아직 제도 뿐만 아니라 인식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 구성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수사기관이 심각한 학대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엄중한 처벌과 판단을 내린다면 점차적인 사회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