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들어 쌀의 가치와 쌀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연간 30만 톤 이상이 과잉 생산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CBS노컷뉴스는 몰락한 쌀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 쌀 가치의 몰락…풍년농사의 불편한 진실 (계속) |
하지만,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쌀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80년대 들어선 보릿고개라는 말이 서서히 사라졌다.
이어 90년대부터는 밀가루 음식이 확대 보급되고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면서 쌀 소비마저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선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 됐다.
◇ 쌀 소비↓, 생산량↑…수급 불균형 심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1995년 106.5kg에서 2005년 80.7kg으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는 65.1kg으로 20년 만에 38.9%나 급감했다. 쌀 대신 빵이나 육류 등을 섭취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쌀 소비량은 급격하게 줄고 있지만, 쌀 생산량은 완만하게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하다는데 있다.
올해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은 80만ha로 지난 2000년 107만ha 보다 25.2%나 감소했지만 쌀 생산량은 433만 톤으로 2000년 529만 톤에 비해 18.1%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벼 품종과 재배기술이 좋아지고, 재난과 재해에 대비한 수리시설 등이 확충되면서 단위면적 10a당 쌀 생산량이 지난 2000년 497kg에서 올해는 542kg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 남아도는 쌀, 보관할 창고가 없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은 신곡과 구곡, 수입쌀까지 모두 포함해 450만 톤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신곡 소비량이 400만 톤, 구곡과 수입쌀이 50만 톤을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신곡 생산량은 424만 톤으로 24만 톤이 남았다. 올해 또 다시 433만 톤이 생산되면서 33만 톤이 추가로 남게 됐다.
이렇다 보니, 정부 양곡창고에 쌓여 있는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이 지난 9월말 기준 136만 톤에 달한다. 이는 세계식량기구(FAO)가 권장하는 우리나라의 쌀 적정 재고물량 80만 톤에 비해 56만 톤이나 초과한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도 공공비축미와 해외공여용 39만 톤을 매입한데 이어, 시작격리용 20만 톤을 매입할 계획이어서 연말쯤에는 쌀 재고물량이 150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소비는 줄고 생산이 많아지면 재고물량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수급 불균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쌀값, 날개 없는 추락…사상 최저 수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5만520원으로 10일 전인 지난달 5일 보다 0.7%인 1,124원이나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 5,956원에 비해선 무려 9.3%인 1만5,436원이나 폭락한 것이다.
민간 농업연구소인 GS&J 이정환 이사장은 “정부가 지난 10월 26일 발표한대로 올해 공공비축미 39만 톤에 20만 톤을 추가 매입해도 쌀값은 약세를 지속하며 올해 수확기(10~12월) 산지 쌀값은 15만 2,200원 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이사장은 또, “쌀 생산량이 390만 톤을 넘으면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433만 톤이 생산됐으니까 정부가 시장격리를 20만 톤 해도 이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쌀이 남아돌면서 201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역계절진폭이 발생했다. 통상 쌀값은 수확기에는 내려가고 쌀이 부족해지는 이듬해 7월과 8월에는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역계절진폭이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올해는 민간 RPC와 일반 유통업체들이 산지 쌀 구매를 기피하면서 쌀값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