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4월 홍보대행업체 I사와 '주요정책 종합기획홍보 용역' 계약을 맺었다. 총액 9억원짜리인 이 계약은 턴키 방식의 홍보계약이다. 업체가 각 언론사와 계약을 알아서 체결하고 홍보성 보도를 양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업체는 지난 6월 J일보와 1억원짜리 계약을 다시 맺었다. 체결일부터 연말까지 1500자 내외 톱 기사를 신문 종합면에 7회 보도하고, 대가로 1억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진 의원 측은 '메르스 때 환자 이송, 전시계획 따랐다'(8월3일자), '지지율 15% 오른 박대통령, 군복 대신 재킷'(8월29일자) 등이 계약에 따른 기사라는 것을 국방부로부터 확인받았다.
그러나 진 의원은 '공격형 작계로 바꾼 한·미, 북한 남침 땐 동시 선제타격'이나 'KFX 핵심기술 중 3개는 개발했다' 등 다른 기사도 국방부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진 의원은 "광고성 기사를 쓰는 기자가 바로 '작계 5015' 관련 보도를 한 기자였다. KFX 기사 역시 국방부와 J일보의 특수한 계약관계를 통해 나온 것은 아닌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정감사 기간에는 고용노동부의 유사 행태가 비판받았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8일 노동부 국감에서 "최근 4년간 노동부와 산하 6개 기관의 턴키 홍보용역으로 지출한 금액이 436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정산도 제대로 하지 않아 '눈먼 돈' 소리를 듣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국감기간 이 문제에 천착했다. 그가 밝힌 다른 자료에 따르면 홍보대행사 M사는 지난해 5억원짜리 계약을 노동부와 체결한 뒤, 여러 신문 보도와 TV 프로그램에 건당 최고 수천만원씩의 돈을 지급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홍보대행사와 턴키 계약을 통해, 홍보성 기고문에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같은 당 정호준 의원은 '제3자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은 외부 기고자'는 신문 기고시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신문진흥법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활성화하고 있는 턴키 홍보방식은 이전 정부가 했던 협찬·기획 기사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에는 '국방부 공동기획' 등으로 보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적시됐지만, 홍보대행사로부터 언론사가 기사를 '수주'하는 식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이런 표시가 없어졌다.
국회 관계자는 "이전에는 각 보도에 대해 건별로 이뤄지던 홍보계약이 박근혜정부 들어 턴키 방식으로 바뀌는 양상"이라며 "국방부 협찬, 국방부 공동기획 등 표시가 있으면 독자가 보도의 성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해서는 보도인지 광고인지 혼란스럽게 된다"고 말했다.
언론의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국민과 진실의 편에 서지 않고, 돈을 받고 정부를 일방적으로 찬양한 행태는 결국 민주주의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