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아버지에게 '애수의 소야곡' 청한 사연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정숙 (68세, 북녘 아버지 리흥종 씨 만나고 온 남녘 딸)

여러분 이 장면, 이 노래, 이 목소리 기억하십니까?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 현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입니다. 북녘의 아버지가 남녘의 딸에게 불러준 노래인데요. 이 장면이 어찌나 뭉클했던지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꿈에 그리던 아버지를 만나고 어제 바로 돌아온 남녘의 딸 이정숙 씨를 직접 만나보죠. 이정숙 씨 나와계세요?

◆ 이정숙>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잘 돌아오셨습니까?

◆ 이정숙> 네.

◇ 김현정> 아직도 흥분이 채 가시지 않으셨죠?

◆ 이정숙> 이 흥분이 어떻게 금방 가라앉을 수 없는 일이죠. 오래오래 가져갈 겁니다.

◇ 김현정> 마지막 작별인사는 어떻게 나누셨어요?

◆ 이정숙> 아버지는 저한테 당신 소원을 풀으셨다고. 24살에 나가셔서 이제 두 달 있으면 구십인데 북한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고독하고 외롭게 살다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온가족을 만나 모두 꿈을 다 이뤘으니까 소원이 없다 하시면서 내 걱정하지 말고 남쪽 가족들이 화목하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 김현정> ‘나는 소원을 다 이뤘다.’ 그래서 뭐라고 답하셨어요? 아버님한테 뭐라고 말씀하시고 헤어지셨어요?

◆ 이정숙> 저도 65년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고 제사를 지내고 했는데 아버지를 만나뵙고 나니까 저도 모든 소원을 다 푼 것처럼 행복하다 했습니다.

◇ 김현정> 65년 만에 만난 아버지. 언제 헤어지셨었나요?

◆ 이정숙> 3살 때요.

◇ 김현정> 3살 때? 3살 때 헤어졌으니,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아버지일텐데. 이번에 보니까 딱 내 아버지구나 느낌이 오시던가요?

◆ 이정숙> 저는 모르죠. 저는 모르고. 이렇게 딱 문으로 들어오는데, 휄체어를 타고 들어오시는데. 우리 고모가, 옛날에 젊은 24살 때 봤던 형제가 구십 다 되신 노인이 돼 휠체어 타고 들어오시는데도 우리 고모랑 사촌언니가 금방 알아보고 달려가더라고요.

◇ 김현정> 스무살 청년일 때 헤어진 동생을, 아흔이 다 되어서 만났는데도 척보고 다들 알아보세요? 고모랑 이런 분들은?

◆ 이정숙> 네, 윤곽으로 골격으로.

◇ 김현정> 세상에, 이런 게 핏줄이네요. 이런 게 핏줄이에요. 그래서 우리 이정숙 씨도 2박 3일 동안 ‘아버지’ 하고 많이 불러보셨어요? 원 없이 불러보셨어요?

◆ 이정숙> 저는 3살 때 ‘아빠, 아빠’ 했을 거 아니에요. 아버지보다 ‘아빠’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주위에서 머리 하얀 할매가 아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니까 웃을 텐데, 저는 그렇게 불러보고 싶었어요. 내가 세 살 때 부르던 그 이름을.

◇ 김현정> ‘아빠, 아빠’ 하고 실컷 부르셨어요?

◆ 이정숙> 네. 원 풀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아빠는 뭐라고 그러세요?

◆ 이정숙> 아빠는 그냥 좋아하셨어요. 아버지라 했다, 아빠라 했다. 그냥 아버지는 다 좋아하셨어요.

북녘 아버지 리흥종 씨와, 남녘 딸 이정숙 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그러다가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린 그 노래. ‘애수의 소야곡’, 어떻게 청하게 되신 거예요?

◆ 이정숙> 그 노래는 아버지가 젊어서 노래를 잘하셔가지고 콩쿠르 대회를 많이 다니셨어요. 그런데 나갈 때마다 1등, 2등 계속 하시고. 유명 하셨었대요. 저는 그런 얘기를 듣고 자랐잖아요. 그래서 이제 이번에 만나면, 장소가 어디가 됐든지간에 어버지 노랫소리를 꼭 듣고 싶었어요.

◇ 김현정> 계속 65년 자라면서, 네 아버지는 노래 기가막히게 잘했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자라신 거예요?

◆ 이정숙> 가수란 소리 들었었거든요. ‘아버지, 우리가 이번에 만나면 또 만날지 못 만날지 모르니까... 정말 가보처럼 보물처럼, 아버지 그리운 목소리 또 듣고 내가 또 들을게요.’ 꼭 해 달라고 했어요.

◇ 김현정> 녹음해놓고 듣고 또 듣고 하겠다고.

◆ 이정숙> 보물로 삼으려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한 곡 해 달라고 했더니, ‘애수의 소야곡’ 그리고 ‘꿈꾸는 백마강’도 불렀고. 6.25 전쟁 전에 유명했던 노래니까요.

◇ 김현정> 65년 전 그 노래를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계셨네요?

◆ 이정숙> 네. (웃음) 또, 어려서 우리 가족이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다 기억하는 것을 보니까 아이큐가 150인 것 같았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런데 ‘애수의 소야곡’ 그 노래 들으면서 정말 많이 우셨어요.

◆ 이정숙> 울 수밖에 없죠. 그렇게 듣고 싶었던 노래, 목소리, 모습... 다 한꺼번에 눈앞에서 벌어지는데 어떻게 눈물이 안 나겠어요? 감개무량하고 아버지가 고맙고 다시 또 금방 안아보고 싶고 그래요.

◇ 김현정> 이정숙 씨, 아빠가 아버지가 지금 북녘에서 듣고 계실 수도 있어요. CBS 전파가 실제로 평양에서도 잡혀요. 거리가 멀지 않아서. 아버님께, 아빠가 듣고 계시다 생각하시고 한 말씀 하시겠어요? 못 다한 말씀, 그래도 할 말씀이 있다면?

◆ 이정숙> 아버지, 꿈에도 아버지를 만날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아버지를... 저를 만나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아버지...아버지... (울음)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부디 건강하시고... 잡수는 거 다 많이 잡수시고... 운동도 하시고... (울음)

◇ 김현정> 어떡합니까..

◆ 이정숙> 부디... 아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북한의 우리 동생들 아버지 잘 모셔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울음)

◇ 김현정>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이정숙 씨, 통일돼서 아버님 다시 만나시려면 꼭 건강하셔야 되고요. 얼른 통일이 돼서, 제가 아버님하고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숙>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오늘 귀한 인터뷰 고맙습니다.

◆ 이정숙>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북녘의 아버지가 불러주셨던 그 노래, ‘애수의 소야곡’ 다시 한 번 들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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