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트라우마 상담·치료 지원은 '글쎄'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7월 충남 아산에서 112신고를 받고 사소한 다툼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함께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소속 한 경찰관은 바로 눈앞에서 동료가 흉기에 찔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경찰관을 흉기로 찌른 남성은 함께 출동한 경찰관이 차고 있는 권총에 제압당했지만, 당시의 기억으로 이 경찰관은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당시만 해도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증세가 심각했으나 경찰 트라우마 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며 정상인의 삶을 회복한 뒤 최근 겨우 업무에 복귀했다.

흉기에 찔린 경찰관과 함께 근무했던 지구대 동료들도 괴롭기는 매한가지.

한 동료는 "함께 출동했던 동료만큼은 아니겠지만, 당시의 충격에 한동안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사건 현장 등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경찰관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은 예삿일이지만, 이를 보듬기 위한 상담·치료 지원은 걸음마 수준이다.

대전 건양대병원에 설치됐다가 지금은 대전 유성선 병원으로 옮긴 경찰 트라우마 센터.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3~4명의 경찰관이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

각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경찰관들이 이곳을 찾는다.

각종 사건, 사고 현장이나 업무 중 겪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센터가 문을 열고 약 10개월 동안 모두 439명의 경찰관이 이곳을 다녀갔다.

한 달에 40명꼴.

대전을 포함해 서울(보라매 병원)과 부산(부산 의료원), 광주(조선대 병원) 등 전국적으로도 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직업 특성상 살인 등 강력사건을 다루는 상당수 경찰관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례는 다른 직업군보다 월등히 많다는 게 센터에 근무했던 관계자의 설명.

하지만 이를 치유하는 센터는 전국적으로 4곳에 그치고 있다.

경찰에서 지정한 일반 심리상담 업체를 찾아가 방문 상담을 할 수도 있지만,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는 이 센터에서만 가능하다.

또 센터 외에는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 규정 때문에 관련 비용을 보전받기도 어렵다.

그나마도 센터가 위치한 지역에서 멀리 근무하는 경찰관은 치료에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상담과 치료를 아예 미루거나 휴가나 공가 등을 내고 가장 가까운 센터까지 가야 하는 불편이다.

센터 한 관계자는 "강원도에 근무하는 일부 경찰관은 경기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며 "물리적인 거리는 어쩔 수가 없지만, 센터가 더 생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체 경찰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 심리 검사 또는 센터에 상주하며 경찰관의 심리상담 등을 돕는 임상심리상담사를 늘리거나 센터가 더 생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트라우마 센터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특별한 트라우마가 없어도 검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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