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공든 탑이 무너지랴…스무 살 BIFF의 어제와 오늘
② 휴머니즘 외면 않은 용기…'난민문제'를 품다 <상>
② 휴머니즘 외면 않은 용기…'난민문제'를 품다 <하>
(계속)
'나라없는 국기'(바흐만 고바디 감독, 이라크), '검은 말의 기억'(샤흐람 알리디 감독, 이란), '국경의 아이들'(하젬 크호데이데 감독 외, 시리아·이라크)이 그 면면이다. 이들 세 편의 영화는 모두 부산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됐다.
전쟁 상황에도 노래, 예술, 아이들의 교육 등을 통해 희망과 긍정을 보여주는 이들 영화는 나라 없는 설움으로 오래 고통 받는 쿠르드 민족에 관한 이해심을 불러일으킨다.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인 '취한 말들의 시간'을 비롯해 '거북이도 난다' '코뿔소의 계절'로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관객의 감정을 동요하게 만들었던 바흐만 고바디 감독.
그는 이란 출신 쿠르드인이지만 이란에서 더 이상 영화를 만들 수 없게 되자, 이라크에서 만든 쿠르드 영화 '나라없는 국기'를 내놓았다.
나라 없는 고통에 더해 IS와 전쟁까지 치러야 하는 쿠르드 민족의 투지를 보여주는 비감한 장면과 노래들, 폭격이 있는 마지막 장면이 큰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CBS노컷뉴스 10월 13일자 기사 '[BIFF에서 만난 감독] 난민 생활 700년…쿠르드를 아십니까' 참조)
◇ "죽은 여자의 눈은 절대 감겨지지 않아…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중요"
이 영화는 쿠르드 문화 활동가 아세케가 살해 당하자 검은 말을 보고 싶어 한 그녀의 소원을 친구들이 이뤄주기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로드무비로서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시키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란 쿠르드인 영화다. 이를 통해 터키에 근접한 시리아 코바니 지역의 화학무기로 인한 비극을 소재로, 쿠르드 민족의 꺾을 수 없는 투지와 문화적 자부심을 보여준다.
"죽은 여자의 눈은 절대로 감겨지지 않는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상징"이라고 설명하는 감독은 "독립운동을 하는 쿠르드인들이 전에는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았으나, 국경에서 IS를 대적하고 승리하는 유일한 군대가 쿠르드인뿐이어서 현재는 존경받고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 때문에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다.
'국경의 아이들'은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제작하고 8명의 쿠르드 난민촌의 아이들이 주축이 돼 만든 여러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시리아-이라크의 전쟁 상황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희망적 상황을 보여준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 영화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여성의 역할이다. 이슬람 세계의 클리셰가 된 가부장제 아래의 여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남자와 대등한 투사의 모습을 그려낸 것인데, 이는 '나라없는 국기'와 '검은 말의 기억'에서 잘 드러난다. 이슬람 여성 이미지를 극복하는 쿠르드 민족의 문화적 대안으로도 보인다.
특히 영화 '나라없는 국기' 속의 여주인공인 가수 헬리 루브가 부산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노래했다. 영화제를 통해 세계평화의 메시지를 나눈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