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4일 오후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고척스카이돔 이전과 관련해 서울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장석 넥센 대표이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서명했다.
주된 내용은 넥센이 2016시즌부터 2년 동안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시는 넥센의 안정적 경기 개최를 위해 지원하고 협조한다는 것이다. 현행 목동구장과 같은 조건인 일일대관 형태로 연간 100여 일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시가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프로야구 외의 돔구장 사용 내용은 대한야구협회(KBA) 주최 전국 규모의 고교, 대학야구 대회 준결승과 결승전 등이다. 또 국제대회 등을 비롯해 공연장으로도 사용된다.
신뢰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번 MOU는 사실 임시적이고 진행 형이다. 특히 구장 운영의 핵심인 광고권의 시한은 2년뿐이다. 모기업 없이 스폰서로 운영되는 넥센으로서는 구단 존립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다.
일단 서울시는 2년 동안 유예 기간을 줬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부분이다. 넥센 관계자는 "아직 돔 운영을 책임질 서울시설공단과 세부적 사안을 협의할 예정"이라면서 "구장내 광고를 할 수 있지만 일부는 시가 사용하는 부분 광고"라고 밝혔다.
이어 "2년 뒤라면 현 시장은 물론 담당자까지 바뀔 수 있다"면서 "그때 가서 시 관계자들이 '2년 전에는 우리가 없었다'면서 말을 바꾼다면 곤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당초 서울시는 '한국 야구의 성지'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한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짓는 대신 고척동에 아마 전문 야구장을 지어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수익성 문제로 프로 구단을 유치시킬 목적으로 야구장 건설 계획을 돔구장으로 변경시켰다.
알려진 대로 고척구장 인근은 교통 지옥으로 악명높은 데다 지하철 역과도 도보로 15분 거리라 프로 구단의 입지에는 부적합하다. 여기에 주차 수용도 수백대에 불과한 상황. 최근 구장을 미디어에 공개했지만 협소한 좌석과 작은 전광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 LG가 홈구장 이전을 하기는 만무했다. 이에 서울시는 KBA와 2014년 9월 목동을 아마 전용 구장으로 쓰기로 협약을 맺어 넥센을 압박했다.
일단 넥센은 협상을 통해 2년 동안 구장내 광고권을 얻었다. 그러나 향후 안정적으로 구단 수익을 올릴 발판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2년 뒤 다시 이뤄질 협상이 중요한 것이다. 이 대표가 서울시와 MOU 체결 뒤 '신뢰'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강조한 이유다.